서울대 나온 남자 판사…'대법관 공식' 안 깨져
대법관추천위원회가 다음달 임기를 마치는 민일영 대법관 후임으로 강형주 법원행정처 차장(56·사법연수원 13기), 성낙송 수원지방법원장(57·14기), 이기택 서울서부지방법원장(56·14기) 등 3명을 추천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들 중 한 명을 선정해 이르면 이번주에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할 예정이다. 대법원 구성 다양화를 요구해 온 재야 법조계는 “이번에도 ‘50대, 남성, 법관 출신’이라는 획일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추천위는 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법원 안팎에서 천거된 대상자들을 최종 심사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추천받은 후보자들은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의 현직 법관으로 채워졌다.

후보자들이 주력해온 분야와 업적 등은 조금씩 다르다. 강 차장은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를 졸업했다. 서울중앙지법 근무 당시 영장전담과 형사합의부 재판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형사 전문가다. 서울고법 근무 때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됐던 최권행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교수와 제정구 전 국회의원 등의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성 원장은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과 공보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양형위원회 초대 상임위원으로 양형 기준 기초를 마련했으며 서울중앙지법에서 일할 때는 성폭력 피해자 증인지원 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했다.

이 원장은 서울 출신이며 경성고를 졸업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법원 내 대표적인 민법 전문가로 손꼽히며 지식재산권법 연구회장을 지냈다.

김종인 추천위원장은 “추천을 받은 후보자들은 법률가로서의 자질이 뛰어나고 풍부한 경륜과 인품, 도덕성과 청렴성까지 두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대한변협이 강 변호사와 함께 공개 추천한 김선수 변호사(17기)는 대한변협 외 다른 추천인이 있다는 이유로 심사 대상에는 포함됐으나 최종 선정되지는 못했다.

대한변협은 “대법원이 말해온 구성의 다양화가 헛구호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협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반대의견 하나 없이 전원일치 판결을 잇달아 선고하는 건 구성의 다양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후보 추천에서도 법관 순혈주의를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추천위 관계자는 “심사 대상자 중 외부인사가 5명에 불과했고 이들 가운데선 대법관으로서의 자질 등 자격요건을 모두 갖춘 후보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