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 분쟁 빌미로 또 반기업 캠페인 벌일 판인가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유감이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두 형제가 정상적인 판단력조차 의문시되는 90대 고령의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운 채, 진위를 알 수 없는 주장으로 끝이 없는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내 언론 앞에서 한국어도 아닌 일본어로 경영권을 주장하는 어이없는 장면이 연출되고 거짓말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TV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국민을 경악시킨다.
그렇지만 경영권 분쟁은 롯데만의 일이 아니다. 어느 나라, 어느 기업에서든 벌어지는 일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회사인 프랑스 로레알은 창업주가 타계한 뒤 딸이 친모와 소송까지 벌이며 몇 년을 다퉜고, 인도 최대 그룹이던 릴라이언스도 창업주인 아버지 타계 이후 두 형제가 경영권을 놓고 끝없이 싸우다 결국 정상에서 밀려났다. 기본적으로 상속이란 사적 영역이어서 일반 가정에서조차 유산을 놓고 가족 간에 분쟁과 잡음이 벌어지기 예사다.
한국 기업에서 분쟁이 많은 것은 이외에도 높은 상속세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특히 지분 등 경영권 관련 규제가 너무 많다.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 금지, ‘3%룰’ 등 대주주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에다 비상장사에 대해서까지 총수 일가는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지분을 죄다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너무 투명한 탓에 내부 갈등이 바로 대중의 관심사가 되는 역설도 나타난다. 국민은 알 필요도 없는 기업의 내밀한 지분구조를 걱정하고, 소유권·경영권과 무관한 제3자가 저마다 참견하며, 정부가 개별 기업 문제에 개입하려고 하기 때문에 소모적 소동이 확대되는 측면도 있다. 남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외부 사람이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
국회 등에선 소유와 지배가 괴리돼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타인자본 없이 자신의 자본만 갖고 기업을 지배하고 경영하라는 것은 주식회사를 하지 말라는 소리나 똑같다. 기업은 오너 개인의 자본력을 넘어 타인자본을 끌어들임으로써 비로소 성장이 가능해진다. 의제자본을 부정하면 증권시장부터 문을 닫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영권 규제가 첩첩이 쌓여 있다. 국회든 정부든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속속들이 까발리고, 누구누구의 지분을 팔아라 마라 하려 들어선 안 된다. 롯데 분쟁을 핑계로 또다시 반기업 캠페인을 벌이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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