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선을 위협받던 코스피지수가 2020선으로 올라섰다.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지수 2000선에서 지지선을 확인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1년 최저가(신저가)를 전전하던 종목들도 매물 공세를 떨쳐버리고 모처럼 반등했다. 장기 투자자라면 주식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있는 시기를 활용해 낙폭이 큰 실적 개선주를 저가 매수해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가치주 전문가 "신저가주 지금 담을 때"
○2000선이 바닥…낙폭 과대주 주목

코스피지수는 4일 19.5포인트(0.97%) 오른 2027.99로 장을 마쳤다. 전날만 해도 장중 한때 2005선까지 떨어져 ‘2000선 붕괴’ 우려가 나왔지만 이날 상승세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외국인(599억원)과 기관투자가(747억원)가 ‘쌍끌이’ 순매수에 나서 지수를 밀어올렸다. 삼성전자(0.6%) 현대자동차(0.35%) SK하이닉스(3.62%)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대부분 상승했다. 포스코(3.34%) KB금융(2.16%) LG디스플레이(4.71%) 등 업종 대표주들도 모처럼 동반 강세를 보였다.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7월 수출 부진, 주요기업 실적 악화,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안팎의 악재가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2000은 시장 전체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 10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과거 하락장에서도 코스피지수가 PER 10배 밑으로 떨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 조짐을 보이는 낙폭 과대주를 담아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부사장)는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종뿐 아니라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도 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길게 내다 보고 분할매수를 시작하면 손해볼 일이 없는 가격대”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연기금들도 최근 장세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지난주 자산운용사들에 “쌀 때 주식을 사라”며 추가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개선 예상되는 저평가 종목은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 중 최근 하락폭이 큰 주식이 유망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스피지수가 2100선 아래로 내려앉은 지난달 6일 이후 1년 최저가를 찍은 종목 가운데 올 3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들을 고르는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만도 휴켐스 BNK금융지주 SK네트웍스 LG 현대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동기에 비해 올 3분기 영업이익 개선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만도(151.43%)였다.

만도의 이날 종가는 10만5000원으로 올 들어 42.78% 떨어졌다. 신저가를 기록한 뒤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정밀화학 회사 휴켐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모회사인 BNK금융지주도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각 40.19%, 23.5% 늘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신저가 추락이 반등의 조건은 아니다. 조선, 타이어업종은 실적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 업종으로 꼽힌다. 지난 2분기 조단위의 영업손실을 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가격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여전히 신저가 주변을 맴돌고 있지만 반등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올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들의 추정치 평균)도 삼성중공업은 전년 동기 대비 77.15% 줄고 대우조선해양은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같은 기간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은 24.82%, 금호타이어는 18.32%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윤정현/송형석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