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끝났지만…성형업계는 '혹한기'
서울 강남구에 있는 D성형외과 직원들은 지난해 여름 휴가도 제대로 못 갔다. 방학과 휴가가 겹치는 ‘성형 성수기’에 중국인 환자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직원 27명 중 6명이 무급휴가를 갔다. 주로 중국인 전담 수술실 간호인력과 코디네이터 등이다.

2009년 이후 의료한류 바람을 타고 승승장구했던 성형업계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여파로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성형외과를 찾은 중국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정도 줄었다. 국내 성형 수요도 감소해 여름철 성수기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성형외과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D성형외과처럼 무급휴가를 실시하거나 주 6일이던 직원들의 근무일수를 주 4일로 줄인 병원도 적지 않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직원 월급을 주려고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는 병원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대형화와 의료한류 바람을 타고 급성장한 성형업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입을 모은다. 내부적으로 성형 수요 증가가 주춤한 데다, 중국인 환자까지 자취를 감추면서 “성수기(여름)가 아니라 혹한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정부가 중국 성형 브로커를 단속하고 성형외과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했다”며 “음성적으로 활동하던 브로커와 이들을 통해 한국을 찾던 중국인이 줄어든 가운데 메르스까지 터져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