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힘 받은 신동빈 회장, 경영 정상화 나서…이틀째 현장 행보
[ 김아름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귀국 후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그룹 현안을 살피며 ‘그룹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 오전 오산에 있는 롯데인재개발원을 방문했다. 잠실 제2롯데월드에서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신 회장의 현장 행보는 귀국 직후인 3일부터 시작됐다. 입국 직후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났던 신 회장은 이후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찾아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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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오전부터 인재개발원을 찾아 연수를 받고 있는 신입사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신 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롯데그룹의 경영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한 뒤, “국내에서 성장한 롯데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겪는 진통과정”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의 이런 행보는 그룹 내에서 자신의 지위가 확고함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자신을 해임했다고 주장하지만 신 회장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이사,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이사,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이사,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이사,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등 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들이 모인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장단' 힘 받은 신동빈 회장, 경영 정상화 나서…이틀째 현장 행보
사장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갖고 “오랫동안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 준 현 신동빈 롯데 회장이 그룹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며 사실상의 충성 맹세를 했다.

국내에서 만큼은 신 회장의 지위가 굳건하다는 뜻이다.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았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에게 현황 보고를 받은 후 "롯데월드타워는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롯데가 사명감을 가지고 짓는 곳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신 총괄회장을 거론했다. 사장단도 이날 성명서에서 "롯데그룹의 설립자로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해 오신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장단' 힘 받은 신동빈 회장, 경영 정상화 나서…이틀째 현장 행보
부모와 등을 돌렸다는 여론을 잠재우고 이번 분쟁이 신 총괄회장과의 문제가 아닌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문제임을 알리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적극적으로 주도권 잡기에 나선 반면 출국을 취소한 신 전 부회장 측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 회장이 일본에 있을 때 연이은 인터뷰와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 공개로 공세를 펼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전날 신 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면담에 함께 했는지도 불분명하다. 롯데그룹 측은 신 전 부회장이 동석했다고 발표했지만 신선호 산사스 사장은 옆방에 있어서 동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회심의 카드로 준비했던 인터뷰와 지시서·동영상 공개가 ‘일본어 인터뷰 논란’, ‘적법 효력’ 등으로 역풍을 맞으면서 신 전 부회장 측이 숨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대신 아내 조윤주씨를 일본에 보내 광윤사와 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 씨를 만나 지지를 부탁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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