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서 미래 찾는 삼성] '스마트폰' 기술을 '스마트카'로…삼성, 자동차 부품·SW사업 속도 낸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가 자동차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스마트폰 이후 신성장 동력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했던 스마트폰은 2013년 말부터 급격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부품을 공급해왔던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의 실적도 덩달아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형 자동차시장은 삼성은 물론 정보기술(IT)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삼성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스마트폰에 쓰였던 기술은 미래형 자동차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와 IT 융합이 가속화하면 전자업체들의 자동차산업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역량 활용, 사업 확대

삼성전자는 아직 자동차사업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련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 활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개발한 것도 신규 사업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다. 자율주행차의 구동소프트웨어(OS)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IT를 활용하면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이 개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미러링크’는 폭스바겐그룹 산하 자동차 브랜드인 세아트의 중형차 ‘이비자’에 조만간 장착될 예정이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아예 자동차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공표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28일 기업설명회(IR)에서 자동차 부품사업을 중심으로 한 신성장 포트폴리오를 발표했다. 그동안 스마트폰용으로 생산해온 카메라모듈,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부품을 자동차용으로도 확대 생산한다는 내용이다. 2017년엔 모든 자동차에 무선충전 시스템이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자동차용 무선충전 모듈도 개발하기로 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커지는 자동차 부품시장에 대응할 경쟁력을 갖추면 스마트폰에 의존하던 기존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며 “자동차 부품사업 관련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용 소형전지 매출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를 키우고 있다.

◆車부품 시장 넘보는 전자업체들

업계에선 자동차와 IT 융합이 가속화되면 자동차 분야에서 전자업체가 참여할 기회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5년에는 자동차산업에서 완성차 제조보다는 부품과 소프트웨어에서 나오는 부가가치가 훨씬 클 것”이라며 “IT를 가진 전자업체들의 활동 무대가 자동차 분야로 확대되는 것은 분명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쌓아온 글로벌 인맥을 활용한다면 삼성의 자동차 분야 사업 확대는 시간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과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 등 세계 완성차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3~4년 전부터 꾸준히 만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다져왔다.

전자업계에서 자동차 부품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LG그룹은 지난해부터 자동차 부품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 계열사 CEO와 임직원 80여명을 이끌고 독일 BMW 본사를 방문해 ‘LG 차 부품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미국 애플 역시 자동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도 지난해 독일 BMW 본사를 방문해 전기차 제조과정 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플과 BMW의 제휴 협력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정지은/남윤선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