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상위권, 강남3구·양천 쏠림 더 커졌다
최근 4년간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와 양천, 노원구 등을 포함한 이른바 ‘교육특구’ 지역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우수자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고만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교육특구의 수능 성적 우수자 쏠림 현상은 자사고(자율형 사립고)를 포함했을 때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자사고가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이라는 서울교육청과 일부 진보성향 교육감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이 3일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2010학년도와 2014학년도의 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서울 시내 학생 중 국어, 영어, 수학 3개 과목의 성적을 2등급 이상 받은 학생은 강남구에 가장 많았다. 2010학년도 서울 시내 국·영·수 2등급 이상을 받은 학생 가운데 20.2%는 강남구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27.2%로 7.0%포인트 상승했다.

강남 3구의 비중은 4년 동안 더 커졌다. 강남, 서초, 송파구의 2등급 이상 학생 비중은 2010학년도 40.2%에서 2014학년도에는 48.3%로 8.1%포인트 높아졌다. 교육특구라 불리는 양천, 노원구를 포함한 5개구의 비중은 2010학년도 58.3%에서 2014학년도 65.9%로 7.6%포인트 높아졌다. 2010학년도 1위 강남구와 25위 금천구(2등급 이상 비중 0.4%)의 격차는 19.8%포인트였지만 2014학년도 1위 강남구와 25위 금천구(0.3%)의 차이는 26.9%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자사고를 제외하고 일반고만으로 분석하면 교육특구의 수능 성적 우수자 쏠림 현상은 더 심하게 나타났다. 일반고 대상 분석에서 강남 3구는 2010학년도 수능 성적 기준 2등급 이상 학생 비율이 38.9%였지만 2014학년도에는 47.5%로 8.6%포인트 늘었다. 이는 같은 조건에서 자사고를 포함해 분석했을 때의 증가율(8.1%포인트)보다 0.5%포인트 더 높은 것이다.

노원구와 양천구를 포함했을 때 차이는 더 벌어졌다. 2010학년도 수능에서 이들 5개구 일반고의 수능 2등급 이상 비율은 57.5%였고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67.9%로 10.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동일한 조건에서 자사고를 포함해 분석했을 때(65.9%)보다도 2%포인트 높은 것이다. 수능 성적 우수자 쏠림 현상을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가 주도했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 성적 우수자 일부 지역 편중 현상은 자사고가 우수한 학생을 먼저 뽑아 갔기 때문이 아니라 일반고 간의 수업 수준 및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태도 등에서 차이가 나고 지역별로 사교육을 받는 정도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일반고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사고를 흔들기보다는 교육특구 일반고의 성공적인 학습 프로그램 및 관리법 등을 도입하는 노력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