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발명가 황모씨는 2년 전 이어폰을 끼고 있어도 외부 소음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냈다. 이어폰 안에 공기가 흐르는 길을 만들어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와 함께 차량 경적과 같은 바깥 소리가 들리게 한 이 기술은 사용자의 안전을 지키는 기술로 평가돼 지난해 정식으로 등록됐다.

최근 몇 년 새 걷거나 운전하면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늘면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특허 출원이 늘어나고 있다.

특허청은 3일 이어폰 착용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과 관련한 특허가 지난해 32건으로 4년 전에 비해 6배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안전한 이어폰 기술에 관한 특허 출원은 2011년 5건에서 2012년 11건, 2013년 20건으로 해마다 약 2배로 늘어났다. 출원인별로 살펴보면 개인이 63%, 기업과 연구소가 29%로 주로 일상생활에서 이어폰을 자주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귀에 밀착하는 밀폐형(커널형) 이어폰에 외부 소리가 드나드는 작은 구멍을 뚫어 필요에 따라 외부 소리를 조절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집처럼 조용한 곳에서는 구멍을 닫아 이어폰 소리를 높이고, 위험하고 시끄러운 거리에선 구멍을 열어 외부 소리를 잘 전달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스마트폰 개발에 나서면서 일찌감치 이어폰 사용 중에도 외부 위험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귀가 닿는 부분에 낸 작은 구멍을 통해 외부 소음을 유입하는 이 기술은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주변에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자동으로 이어폰의 소리를 줄이고 경고음을 내는 기술과 헤드폰에 장착한 카메라로 주위의 위험을 포착하는 기술도 특허로 출원됐다. 밤에 이어폰을 끼고 가다가 범죄 표적이 되는 것에 대비해 어두운 곳에서 다가오는 사람이나 물체를 알려주는 기술도 특허 출원을 마쳤다. 마정윤 특허청 전자부품심사과장은 “젊은 세대에게 자주 발생하는 보행 중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에게도 관련 특허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