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모기 - 권수진(1977~)
한여름 밤
어머니 야윈 등짝 위로
아폴로 우주선 한 대가 착륙했다
엄마, 오늘은 꼭 운동화를 사야해요
제발 용돈 좀 올려주세요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긴 촉수를 살갗 깊숙이 푹 꽂는다
신경이 곤두선 어머니는
한밤중에도 자꾸만 맴도는 그 소리를 잊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잠을 설치다가
상처자국에 남몰래 물파스를 발랐다
한 번 피를 빨아먹을 때
자기체중의 두 배까지
몸집을 불린다는 모기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내 곁으로 모기가 접근하기도 전에
얼른 살충제를 뿌린다
칙칙, 치이이익-


시집 《철학적인 하루》(시산맥사) 中

장난감 때문에 어머니께 매달려 떼를 쓰던 시절, 철없던 그땐 어머니의 슬픈 표정을 보지 못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이 세상 모든 부모 앞에서 자식들은 ‘모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불효한 죄를 어떻게 갚을까 고민만 하는 사이에 부모님은 나이 들어가시고 그렇게 자식은 죄인으로 남는가 봅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