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가이드라인' 나왔다] 능력 없는 직원에게도 최저연봉 7만달러 줬더니…
지난 4월 자신의 연봉 90%를 반납해 직원들의 최저임금을 연 7만달러(약 8200만원)로 인상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자가 3개월 만에 우수 인재의 이탈과 자금난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자신이 사는 집까지 임대를 위해 내놓는 등 곤경에 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애틀의 신용카드 결제회사인 그래비티페이먼츠의 댄 프라이스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직원 120명의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로 한 뒤 예상치 못한 역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프라이스의 결정에 젊은 구직자는 물론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조차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고, 프라이스는 졸지에 소득 불평등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한 영웅이 됐지만 현실은 그의 예상과 딴판으로 흘러갔다.

NYT는 먼저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들은 새로 갓 들어온 초짜 직원들의 연봉이 2배로 뛴 반면 오랫동안 회사를 위해 일한 간부들은 아주 미미하거나 급여 인상 혜택을 전혀 못 받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단기간의 급여 인상이 예상과 달리 생산성 향상이나 업무 성과 증대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회사에서 웹 개발을 맡았던 그랜트 모란은 “직원들이 단순히 출퇴근 카드에 도장을 찍기 위해 회사에 다녔고 결과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리던 직원들의 동기를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회사의 영업도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고객은 프라이스의 최저임금 인상이 정치적 동기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관계를 끊었고, 일부 고객은 프라이스가 수수료 인상을 기대했다고 실망하며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프라이스를 곤경에 빠뜨린 것은 친형이자 회사 지분 30%를 보유한 공동 창업자 루카스 프라이스가 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최저임금 인상 결정 으로 회사를 잠재적 위험에 빠뜨렸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회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 220만달러는 급여 인상으로 모두 소진됐고, 소송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이면서 프라이스는 자신의 집을 내놓는 상황까지 몰렸다.

프라이스는 NYT에 자신은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중산층으로 살 수 있는 여유를 갖기를 희망했다며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자신의 생각이 의도하지 않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밝혔다.

당시 프라이스의 파격적인 결정은 뜨거운 찬반 논란을 불렀다. 대다수는 그의 결정을 환영했지만 일각에서는 의도는 좋으나 자본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NYT에 “행복한 노동자가 생산적인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