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A씨는 평소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통해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화장품을 사곤 했다. 블로그에 소개한 화장품을 써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지자 A씨는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신청자로부터 제품값과 약간의 수고비를 받아 구입한 물건을 보내줬다. 좋은 물건을 다른 사람들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선의로 시작한 일이지만 A씨는 자신도 모르는 새 범법자가 돼 버렸다.
15만원 이하 분산 직구족 집중 조사
○본인이 쓸 물건만 사야 합법

관세법 시행규칙 45조에 따르면 해외 직구 시 물품가격과 운송료, 보험료 등을 모두 합한 가격이 15만원을 넘지 않고 자가 사용 물품으로 인정된다면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개인이 해외 쇼핑몰 등에서 본인이 쓸 물건을 구입했다면 가격에 따라 세금을 면제받거나 납부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가 끝난다.

해외 직구 공동구매가 불법인 이유는 자가 사용 물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격과 상관없이 사업자등록을 하고 수입신고까지 해야 한다. 물품 종류에 따라 검사나 인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가령 자녀에게 줄 장난감을 해외에서 산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여러 개를 들여와 다른 사람에게도 판다면 안전성 검사와 수입신고를 해야 한다.

가장 흔한 사례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동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다. 본인이 쓰지 않을 물건을 구입한다면 금전적 대가와 관계없이 불법이다. 대표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이 사업자등록을 했고 정상적으로 수입신고까지 마쳤다면 문제가 없다.

○‘분산 반입’한 사람들 집중 조사

하지만 관세를 피하기 위해 수입신고를 하지 않고 15만원 이하로 금액을 쪼개 물건을 들여오는 사람들도 있다. 한 사람 명의로 며칠에 걸쳐 물건을 구입하거나 가족 등 여러 사람 명의로 주문하는 ‘분산 반입’ 수법으로 세관의 눈을 피한다는 설명이다. 관세청은 물건 수입 이후 국내 배송 경로를 추적해 같은 물건을 소량으로 나눠 구입한 사람들을 찾아냈다. 이들을 중심으로 탈세 여부를 집중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물건을 들여오거나 수입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은 관세법에 따라 밀수출입죄, 관세포탈죄, 가격조작죄 등의 명목으로 처벌받게 된다. 해외 직구에 참여한 사람도 불법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처벌 대상이나 현실적으로 처벌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추려낸 사람 대상 10월까지 조사

관세청이 불법 해외 직구 공동구매에 대대적 단속을 벌이는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해외 직구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A씨처럼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도 함께 증가했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직구는 2011년 560만건 4억7227만달러에서 지난해 1553만건 15억4491만달러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 관세청은 지난 5월 해외 직구를 전담하는 정보분석조직을 구축했고 지난달 국세청의 협조로 불법 반입 및 탈세가 의심되는 ‘블랙리스트’를 추려냈다. 리스트 명단은 1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까지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해외 직구는 다양한 물품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적절한 통과절차를 밟지 않으면 관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