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비씨카드, 하이트진로, 넵스 등이 홍보 효과를 크게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김효주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롯데를 비롯해 한화, NH투자증권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이트진로, 전인지 효과 1000억원

KLPGA 4승 거둔 하이트진로·비씨카드 '함박웃음'
올해 KLPGA투어는 전인지(21·하이트진로) 이정민(23·비씨카드) 고진영(20·넵스)의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나란히 3승으로 다승 선두를 달렸으나 전인지가 2주 전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4승으로 한발 앞선 상황이다.

세 선수는 상반기 16개 대회 중 10개 대회의 우승을 휩쓸었다. 이에 따라 ‘스폰서 효과’도 양극화되는 양상이다. 비씨카드는 이정민이 승승장구하면서 홍보 효과를 크게 봤다. 위기 상황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경기를 풀어가는 이정민은 신뢰도가 중요한 금융권의 이미지에도 잘 맞는다는 평가다.

이정민의 3승에 더해 올해 처음 국내 대회에 출전한 장하나(23·비씨카드)가 1승을 거둬 비씨카드는 총 4승을 수확했다. 장하나는 지난 6월 메인 스폰서 대회인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해 비씨카드는 우승상금을 ‘내부 격려금’으로 쓴 셈이 됐다.

하이트진로는 ‘전인지 효과’로 대박을 터뜨렸다. 전인지가 미국과 일본의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과 살롱파스컵에서 우승해 국제적인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하이트진로는 국내 투어에서도 4승을 거둬 함박웃음을 지었다. 특히 전인지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직접 입단을 권유한 선수라 더 화제가 됐다. 전인지는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을 앞두고 “박문덕 회장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기하겠다”며 스폰서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 뒤 우승을 차지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올해 전인지의 브랜드 홍보 효과만 10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넵스는 올해 남자 투어인 KPGA로 스폰서 대회를 옮겼지만 소속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고진영이 3승을 거둔 가운데 박성현(20·넵스)이 깜짝 스타로 떠오르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CJ오쇼핑·요진건설 무난한 성적표

반면 거대 골프단들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김효주가 5승을 했던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마트와 하이마트 골프단까지 합쳐 대회마다 7~8명의 선수를 출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올해 김효주가 금호타이어여자오픈에서 1승을 올린 것이 전부다. 8명의 국내 투어 선수를 거느린 한화도 아직 우승이 없다. NH투자증권, 볼빅, 삼천리 등도 아직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중견 규모 구단에선 소속 선수가 한 번만 우승해도 투자 대비 홍보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승을 거둔 CJ오쇼핑, 요진건설, 하이원리조트 등은 무난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골프용품 업계에선 핑골프, 미즈노, 브리지스톤 등이 웃었다. 전인지가 사용하는 클럽인 핑골프의 강상범 홍보팀장은 “드라이버는 작년보다 30%, 아이언은 20%가량 매출이 늘었다”며 “특히 전인지가 사용하는 G30 드라이버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이언샷의 달인’ 이정민이 사용하는 미즈노 아이언과 고진영이 쓰는 브리지스톤 클럽도 인기를 끌었다. 혼마는 올해 메인 홍보모델로 기용한 허윤경(25·SBI저축은행)이 부진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