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로스쿨, 입학때 '학점 거품' 걷어낸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올해 입학전형부터 지원자가 학부시절 어떤 전공과목을 수강했는지, 재수강은 얼마나 했는지 등을 일일이 확인해보기로 했다. 대학생들이 로스쿨 진학을 위해 학점을 따기 쉬운 교양과목만 골라 듣거나 무분별하게 재수강하는 것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취지다.

서울대 로스쿨은 “8기 입학생을 모집하는 2016학년도 입시 자기소개서를 통해 지원자가 학부에서 전공과목을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제대로 평가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지원동기, 대학생활, 학업계획, 이수한 교과목(학부성적) 등 6개로 구성된 현행 자기소개서 항목을 자기소개와 학부성적을 설명하는 2개 항목으로 대폭 줄이는 대신 학부성적 항목에서 어떤 강의를 들었는지 등을 세밀하게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지원자는 학부성적 항목에 △전체 이수 학점 중 주전공, 부전공, 복수전공, 교양 등의 구분에 따른 학점 수 △전공 및 교양 교과목을 선택한 기준과 이유 △재수강한 과목 수와 그 이유 등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서울대 로스쿨이 자기소개서 평가 방식을 이같이 변경한 이유는 대학가에 만연한 ‘학점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2008년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학부에서 학점경쟁이 갈수록 심해져 학점을 따기 쉬운 일부 교양과목만 몰아서 듣거나 자신의 전공과목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원우 로스쿨 원장은 “요즘 대학에선 학점을 잘 받기 위해 해당 분야 최고권위자의 수업을 외면하고 ‘학점을 잘 퍼주는’ 것으로 알려진 강사의 수업을 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학점의 노예’가 되고 있는 학생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대학교육 정상화에 보탬이 되자는 의미에서 이번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각 대학의 학점 인플레 현상은 취업난과 로스쿨 진학 열풍 등으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2011년 졸업생의 34%에 불과했던 우수졸업생(졸업 평점 3.6 이상) 비율이 지난 2월에는 45%로 11%포인트 증가했다. 평점 3.9 이상을 받은 졸업생에게만 주어지는 ‘최우등상’을 받은 학생 비율도 9.7%에서 14.3%로 급등했다. 대학가에서는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 로스쿨 입학생의 평균 학점을 3.9~4.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원장은 “단순히 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졸업도 미루고 재수강을 반복하는 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라며 “성적이 조금 낮더라도 자신의 전공을 깊이 있게 공부한 학생을 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