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북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지난 3월 압수했던 불법 어획물을 구룡포항 인근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 버리고 있다. 포항북부서 제공
경북 포항북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지난 3월 압수했던 불법 어획물을 구룡포항 인근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 버리고 있다. 포항북부서 제공
지난 2월12일 경북 포항북부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대게 1100여마리를 인근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 갖다 버렸다. 마리당 1만5000원에서 2만원에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1650만원어치의 대게가 쓰레기통에 들어간 것이다. 모두 포획이 금지된 몸길이 9㎝ 이하의 어린 대게였다.

전날 저녁 경찰은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 잠복해 있다가 대게를 불법 포획해 유통책에 넘기려던 구룡포 선적 어선 D호의 선장 A씨와 선주 B씨를 검거했다. 잠복 수사의 성공을 기뻐하는 것도 잠시였다. 압수한 대게 처리에 문제가 생겼다. 배에 싣고 바다로 나가 놓아주려 했지만 권한이 있는 어업감독 공무원들이 그날따라 모두 출장을 가버린 것이었다. 인근 창고에 대게를 쌓아놓고 발만 동동 구르던 경찰관들은 그 사이 폐사한 대게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어업자원 보호를 위한 불법 어획물 단속이 어업자원 폐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해양경찰청 해체로 불법 어획물 단속업무 일부가 경찰로 넘어왔지만 관련 법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법규 미비가 부른 수산자원 낭비

[경찰팀 리포트] 불법어획 현장 덮쳐도…경찰 방류권 없어 수산자원 죽어가
대게를 비롯한 각종 어류와 갑각류·해조류 등은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일정 크기에 미달하는 어린 물고기를 잡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마리가 보통 5만~7만개의 알을 품고 있는 암컷 대게 등 일부 수산물은 크기에 상관없이 포획할 수 없다. 관련 단속을 맡았던 해양경찰이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축소되면서 일부 업무가 경찰로 넘어왔다. 해상에서는 해경이 활동하더라도 항구와 연안으로 들어온 불법 어획물 단속은 경찰이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불법 어획물을 다시 바다에 풀어주는 방류를 명령할 권한이 없다. 현행 수산자원관리법에서 방류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어업감독 공무원과 국민안전처 소속 경찰공무원(옛 해경 소속 경찰)에게만 있어서다.

어업감독 공무원 등의 협조를 얻더라도 방류 작업은 쉽지 않다. 경찰은 해상에서 단속 권한이 없어 범죄 용의자가 탄 배가 항구에 도착해 어획물을 육지로 옮길 때까지 기다려야 검거에 나설 수 있다. 방류를 위해 어업감독 공무원을 불러와야 하는 것은 물론, 인근 어민의 배나 시청 소속 관공선을 빌려야 바다로 나갈 수 있다. 배 위에서 곧장 불법 어획물을 옮겨 싣고 바다로 방류할 수 있는 해경과 상반된다.

암컷 대게 1만마리 폐기할 뻔도

이는 압수한 어획물의 대거 폐기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관련 업무를 인계받은 작년 11월 이후 압수한 1만2865㎏의 불법 어획물 중 6294㎏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졌다. 대게 금어기가 시작된 6월 이전 포항북부서는 12건의 대게 불법 어획을 적발해 이중 8건을 압수 어획물로 폐기해야 했다. 암컷 대게 1755마리, 어린 대게 3608마리였다. 그나마 올 3월 암컷 대게 1만4320마리를 방류하는 데 성공해 폐기 숫자를 줄인 결과다.

배억수 포항북부서 경사는 “당시 불법 포획한 대게가 너무 많아 어선이 휘청거릴 정도였다”며 “많은 대게가 버려질까 걱정돼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방류권이 있는 시청 공무원을 불러와 바다에 놓아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에서 불법 어획물 단속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은 해경 출신이다. 지난해 11월 담당 업무 이관과 함께 해경에서 옮겨왔다. 한 해경 출신 경찰관은 “하는 일은 같은데 해경에서 옮겨온 이후 절차만 복잡해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뒤늦게 국회에서 모든 경찰공무원에게 방류권을 주도록 관련 법안이 개정되면서 이들의 업무는 좀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를 기점으로 경찰은 대게뿐 아니라 대구 연어 꽃게 등 각종 어류의 치어 포획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96년 162만t에 달했던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2008년 128만t, 지난해 106만t으로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린 물고기 남획이 어업생산을 줄어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최근 갈치 고등어 참조기 등 9종을 치어 포획 금지어종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포항=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