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아 멈추어다오 > 박인비가 31일(현지시간) 브리티시여자오픈 2라운드 경기 도중 비바람이 불자 우산을 꺼내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 바람아 멈추어다오 > 박인비가 31일(현지시간) 브리티시여자오픈 2라운드 경기 도중 비바람이 불자 우산을 꺼내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앞두고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턴베리는 바람만 안 불면 예쁜 코스”라며 “날씨만 좋다면 스코어가 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리는 박인비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1라운드 때 화사한 날씨로 선수들을 맞은 턴베리는 2라운드부터 심술궂은 얼굴을 드러냈다. 1라운드에서 상위권을 점령한 한국 여자골프 군단은 이번 주말 비바람과 사투를 벌어야 할 전망이다.

○박인비 강풍에 주춤

박인비는 한국시간으로 31일 밤부터 1일 오전까지 영국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리조트 에일사코스(파72·6410야드)에서 열린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리코브리티시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4개를 합쳐 1오버파 73타를 쳤다.

1라운드를 공동 14위로 마치며 무난하게 출발했던 박인비는 이날 5번홀과 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듯했다. 하지만 7번홀부터 강풍과 함께 비가 흩날리기 시작하면서 샷이 흔들렸다. 이후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 4개를 쏟아냈다. 박인비는 경기 도중 두꺼운 점퍼를 꺼내입기도 했다. 합계 2언더파 142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오후 10시 현재 공동 16위로 밀려났다.

유소연이 브리티시여자오픈 2라운드 10번홀에서 그린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소연이 브리티시여자오픈 2라운드 10번홀에서 그린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박인비와 함께 오전조로 출발한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은 버디 4개, 보기 4개를 맞바꾸며 이븐파 72타를 쳤다. 합계 5언더파 139타를 기록한 유소연은 공동 5위를 달리고 있다. 유소연 외에도 1라운드에서 7언더파로 단독 선두로 나선 김효주(20·롯데)와 백규정(20·CJ오쇼핑) 등 한국 선수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메이저 우승을 노리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대표해 출전한 고진영(20·넵스)과 이정민(22·비씨카드)도 10위권에서 선전하며 톱랭커들과 경쟁하고 있다.

○9~11번홀 승부처 될 듯

한국 선수들이 순항해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2001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이 메이저대회로 승격한 이후 5승을 거두게 된다. 2001년 박세리가 우승한 이후 2005년 장정(35)이 정상에 올랐고, 신지애(27)가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챔피언을 차지했다. 미국은 셰리 스테인하우어, 스테이시 루이스, 모 마틴이 3승을 합작해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컵을 가져갔다.

첫 날부터 보기 없이 버디 5개, 이글 1개 등 맹타를 휘두른 김효주는 최저타 우승 기록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저타 우승 기록은 1997년 캐리 웹(호주)과 2004년 캐런 스터플스(잉글랜드)가 기록한 19언더파다. 마틴은 지난해 1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변수는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바닷바람이다. 현지 일기예보에 따르면 턴베리에는 주말에 시속 20㎞가 넘는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말부터 본격적인 비바람과의 사투가 시작되는 것이다.

턴베리는 18홀 중 8개홀이 바다를 끼고 조성돼 강한 바닷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9번홀부터 11번홀까지 전장이 길고 그린이 작아 난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한 김효주 백규정 고진영 등이 애를 먹을 수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