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용량 증가도 수익에 기여…통신비 인하 압박 거세질 듯

이동통신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프리미엄 단말기의 잇단 출시 등 굵직한 이슈가 많았던 2분기에 준수한 실적을 내고 미소지었다.

31일 KT의 실적 발표를 끝으로 베일을 벗은 이동통신 3사의 2분기 성적표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우선 업계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는 작년 동기 대비 96.3% 늘어난 1천924억원의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3천217억원의 영업이익을 신고한 KT는 대규모 인력감축 비용이 반영돼 8천억원대의 적자를 본 전년 동기 실적에서 흑자 전환했다.

SK텔레콤은 전년 동기보다 24.4% 줄어든 4천1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유일하게 수익이 뒷걸음질쳤으나 상반기 특별퇴직 시행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 1천100억원가량이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무난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3사 모두 영업이익이 1분기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증가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효과가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2.6%, KT는 17.6%, LG유플러스는 24.3%나 늘었다.

이동통신 3사는 1분기에도 마케팅비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와 전분기에 비교할 때 눈에 띄게 실적이 개선된 탓에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이 정해진 단통법의 효과를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는 당시에는 1분기 호실적을 계절적인 효과와 시장 경쟁이 유달리 치열한 작년 1분기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단통법의 긍정적 영향을 인정하길 주저했으나 2분기에도 실적이 확연히 좋아진 이상 단통법 효과가 실적에 본격적인 플러스 효과를 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로 이통3사는 2분기에 마케팅 비용을 큰 폭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2분기 마케팅비용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전분기 대비 12.5% 줄어든 7천400억원을 지출했고, KT는 전년 동기와 전분기보다 각각 18.1%, 4.8% 줄어든 감소한 6천742억원을 마케팅비로 썼다.

LG유플러스의 마케팅비용은 전년 대비 13.5%, 전분기 대비 5.6% 감소한 4천757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이동통신 시장의 중심축이 음성에서 데이터로 완전히 전환되며 LTE 가입자들이 늘고, 가입자들의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이동통신사들의 수익 증가에 기여했다.

SK텔레콤의 2분기 LTE 가입자는 전분기보다 49만 명 늘어난 1천794만 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62.6%를 차지했고, 1인당 데이터 사용량도 3.0GB에서 3.3GB로 뛰어올랐다.

KT의 2분기 LTE 가입자는 56만 명 늘어난 1천199만 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67.6%에 달한 가운데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3.0GB에서 3.2GB로 증가했다.

LG유플러스는 2분기 LTE 가입자를 31만 명 늘려 전체 LTE 가입자가 910만 명으로 불어났다.

이는 전체 무선 가입자의 78.6%에 해당하는 수치다.

LTE 가입자의 1인 평균 데이터 사용량도 4.0GB에서 4.2GB로 증가했다.

업계가 2분기에 야심차게 내놓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도 LTE 신규 가입을 유도하며 이통사 수익 증가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양면성이 있다"며 "2만원대부터 유무선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는 데이터 요금제 출시 초반에는 많은 사람이 저가 요금제로 갈아타며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에 맞춰 요금을 올리는 고객도 상당수 나오고 있고,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느라 LTE로 전환하는 고객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통신사들이 이처럼 2분기에 일제히 흡족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드러난 만큼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통신료 인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 일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가계 통신비 완화를 위해 통신사들이 휴대전화 가입자들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거둬들이는 1만1천원의 기본료를 폐지하라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지원금 대신에 요금을 20% 할인받는 선택 약정 할인이 2분기 실적에는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향후 실적이 계속 좋으리라고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선택 약정 할인 가입자가 계속 증가하면 ARPU와 수익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기본료를 폐지하면 통신사들의 수익은 다시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단통법 이후 국내 프리미엄시장이 반 토막이 나며 직격탄을 맞은 단말기 제조사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개시 10개월째에 접어든 단통법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이 줄며 과거보다 단말기를 더 비싼 값에 살 수밖에 없게 된 소비자들이 값비싼 프리미엄폰 대신 중저가 단말기로 눈을 돌린 탓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 4월 나란히 내놓은 갤럭시S6와 G4는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플이 작년 10월 내놓은 아이폰6는 출시 수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꾸준히 팔리고 있는 점을 들어 단통법을 국내 프리미엄폰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은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