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북미대륙 원주민들의 500년 수난사
“독수리는 까마귀처럼 살 필요가 없다. 우리는 가난하지만 자유롭고 백인은 우리의 발걸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다. 우리가 죽어야 한다면 우리 권리를 지키며 죽을 것이다.”

19세기 북미 라코타 부족의 대추장 타탕카 이오타케(1831~1890)가 한 말이다. ‘시팅불’이라는 영어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금광을 노려 땅을 빼앗으려는 백인들에게 저항하다 최후를 맞았다. 유럽인에게 ‘신대륙 발견’으로 기억되는 사건이 북미 원주민에게는 수난의 시작이었다.

김철 호수복지문화대 교수는 《인디언의 길》에서 북미대륙 원주민의 500년 수난사를 조망한다. 저자는 “북미 원주민의 근현대사는 ‘길 위의 역사’”라고 정의한다. 북미 원주민들은 백인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패잔병의 길, 강제이주의 길, 도피의 길”을 걷게 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어원과 사료를 통해 추측한 북미 원주민 부족들의 기원부터 2011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유엔 원주민인권선언에 서명하기까지의 역사를 짚는다. 19세기 북미대륙에서 일어난 전쟁과 그 이후 북미 원주민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북미 원주민은 유럽인이 임의로 붙인 ‘인디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것을 시작으로 백인과의 전쟁을 거쳐 미국 현대사에서 점점 구석으로 내몰린다. 저자는 이를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라며 “북미 원주민의 역사는 힘없는 자의 이야기가 왜곡된 전형적인 예”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미국에 있는 여러 원주민보호구역을 직접 찾아 그곳에서 만난 추장과 부족민의 목소리를 책에 담았다. 익히 알려진 원주민의 옛 모습과 함께 20세기 원주민 인권운동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