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 나선 러시아, 달러 매입 전격 중단
러시아 중앙은행이 미국 달러화 매입을 중단했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율 방어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 28일부터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매입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28일 루블화 가치가 달러당 60루블까지 떨어지면서다. 3월 초 이후 최저다. 루블화 가치는 최근 1주일간 5%가량 떨어졌다.

WSJ는 “루블화 가치가 심리적 지지선인 60루블마저 깨지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달러화 매입 중단을 전격 결정했다”며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급등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확충을 위해 지난 5월부터 하루 약 2억달러씩 달러화를 사들였다.

작년 하반기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와 국제유가 급락이 맞물리면서 루블화 가치는 폭락했다.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에 유가 하락은 악재다. 달러당 30루블 안팎이던 루블화 가치는 한때 70루블까지 떨어졌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곧바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비상대책을 내놓았고, 유가 하락세가 잠잠해지면서 루블화 가치도 안정을 찾아 40~50루블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이란 핵협상 타결로 원유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루블화 가치는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도 루블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이반 차카로프 씨티그룹 수석분석가는 “러시아가 치솟는 물가와 경기부양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