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건설 '훈풍'…"금리인상, 한발 앞으로"
미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 전문가들의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분기 GDP 증가율이 연간 환산 기준 2.3%로 잠정 집계됐다고 30일 발표했다. 투자은행(IB) 등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2.6~2.8%를 밑돈 것이다.

◆2분기 성장률 예상 밑돌아

미 상무부는 “자동차 구매와 주택 건설 등과 같은 소비 증가에 힘입어 2분기 GDP 증가율이 2%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1분기 1.8% 증가하는 데 그쳤던 개인 소비지출은 2분기 2.9% 늘었다. 고용 증가와 유가 하락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 효과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택 건설은 6.6% 증가하며 부동산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기업들의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에 6% 감소했던 수출은 2분기 5.3% 증가했다. 1분기 7.1% 늘면서 GDP 감소의 요인이 됐던 수입은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은 1분기 1.9%에서 2분기 2.2%로 약간 높아졌다. 2012년 1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가격 변동이 큰 식품과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1분기 1%에서 2분기 1.8%로 상승했다.

이날 발표된 GDP와 관련 통계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용시장 호조가 소득 증대와 소비 증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가능성이 엿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분기 들어 미국의 경기 확장 속도가 빨라졌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전망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개펜 바클레이스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완만하지만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Fed가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1분기 GDP 증가율은 당초 0.2% 감소에서 0.6% 증가로 수정됐다. 상무부는 다음달 27일 2분기 GDP 수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Fed, 금리 인상을 향해 한 발 더 나가

소비·건설 '훈풍'…"금리인상, 한발 앞으로"
Fed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핵심 지표인 고용과 물가 가운데 물가만 조금 더 받쳐주면 언제든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쳤다.

재닛 옐런 Fed 의장(사진)은 전날 이틀간의 FOMC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위원들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연 0~0.25%)에 맞추기로 한 현 정책 목표가 합당하다는 데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FOMC는 Fed 이사와 지역 연방은행 총재 등 10명으로 구성된 미국 내 최고 통화정책 결정기구다.

Fed는 금리 결정 시 주요 지표인 고용부문에서 “견조한 일자리 증가와 실업률 하락 등 지속적인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회의 때 “일자리는 늘고 있지만 실업률은 그대로”라고 평가한 것보다 긍정적 톤이라는 해석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5년8개월 만에 최저인 5.3%까지 떨어졌다.

Fed는 고용시장에서 ‘약간 더(some further)’ 개선된다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더(further) 개선돼야 한다’고 언급했던 것보다 완화한 표현이다. 고용시장의 개선 정도가 기대 수준에 근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Fed는 또 기업 투자와 수출은 성장세가 미약하지만 내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부문에서 신규 주택 착공 건수가 늘어나는 등 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ed가 금리 인상을 위해 조심스럽게 길을 깔았다”고 평가했다.

물가와 관련해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중기적으로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합리적 확신이 있어야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당장 금리를 올리기엔 물가상승률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강동균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