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실적 3대 프로펠러' 타고 올해 137%↑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연이어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내며 시가총액 10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실적의 3대 축인 군수사업, 완제기 수출, 항공기 부품 생산에서 이익 증가율이 두드러지는 데다 수출주에 유리한 환율 효과(원화 약세)까지 겹친 결과다. 당분간 실적 기대가 약해진 중후장대형 업종에서 보기 드문 성장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의 수혜주

30일 KAI는 전날보다 0.63% 하락한 9만4400원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장중엔 4.63% 오른 9만9400원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가 상승률은 이달 들어 18.74%, 올 들어서는 137.18%다. 현재 시가총액은 9조2016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27위다. 올초(62위) 대비 35계단이나 상승했다.

실적 기대가 연일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2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3.4% 늘어난 6790억원, 영업이익은 67.1% 증가한 771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평균 추정치(600억원)보다 28.5% 많았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연간 매출 평균치는 작년보다 27.2% 늘어난 2조9450억원, 영업이익은 73.6% 증가한 279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KAI를 대표하는 부문인 군수사업은 ‘건국 이래 최대 무기도입 사업’이라 불리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총 18조원)의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헬기, 무인항공기, 전투기 조종사 훈련기 등에 대한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군용 항공기가 일부 낡은 상태여서 교체 수요가 있다”며 “헬기의 경우 고성능급인 25%는 직수입하지만 나머지 상당수는 KAI가 개발·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주가로 14만원을 제시하며 ‘매수’ 추천했다.

◆수출이 미래 성장동력

KAI는 올해 항공기 부품과 완제기 수출이 지난해의 2배인 2조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에어버스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양사 모두의 핵심 협력사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버스와 보잉의 협력사는 전 세계에 수천개가 있지만 핵심 협력사는 회사당 50곳 정도에 불과하다. 고부가가치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영업이익률이 높은 사업부문으로 꼽힌다.

다만 변수가 있다. 이른바 ‘절충교역(무기 판매국이 구매국에 반대급부를 제공)’ 문제다. 보잉이나 에어버스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수주하는 급유기 등 군용 항공기 물량에 따라 KAI에 내는 부품 발주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무기 구매가 줄어들면 부품량도 일부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 업체의 성장도 부담 요인이다.

권경인 KAI 재무관리실장은 “이미 보잉, 에어버스와 항공기 부품 장기 공급계약을 맺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방위산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절충교역 등에서도 기대 요인이 있다”며 “공장 자동화 등으로 원가도 계속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