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조정장 틈타 '저가 쇼핑'…5% 이상 지분 취득한 종목 살펴보니…
자산운용사들이 주식시장 조정을 틈타 ‘저가 쇼핑’에 나서고 있다. 급등세를 이어갔던 중소형주가 차익실현 매물로 줄줄이 급락하자 저가매수의 기회로 보고 보유지분을 늘리고 있다. 올해 중소형주 강세장에서 소외됐거나 실적보다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빠졌다고 분석된 정보기술(IT)부품주와 운송장비주, 건자재, 식음료, 유통 등 내수주가 운용사의 쇼핑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주식형펀드로 한 달간 1조원 유입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29일 기준)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주식형펀드로 1조3128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주춤하는 사이 저가매수를 노린 펀드 투자자들이 자금을 유입시켰기 때문이다. ‘메리츠코리아1’(1810억원) ‘메리츠코리아스몰캡’(1289억원) ‘KB밸류포커스’(1215억원) 등은 한 달 새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최근 증시 조정 국면에서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어 낙폭이 두드러진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저가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게 펀드 매니저들의 얘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자산운용사가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종목으로는 IT부품주, 운송장비주, 건자재주, 내수주 등이 많았다.

◆IT부품·건자재·운송장비주 ‘찜’

신한BNPP운용은 최근 조정장에서 IT부품주인 블루콤과 원익머트리얼즈, 건자재주인 대림비앤코 등의 보유지분을 5% 이상으로 늘렸다. 정성한 신한BNPP자산운용 이사는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소외됐거나 최근 과도하게 빠진 IT부품주와 건자재주를 골라 조정 때마다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콤은 지난달 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 이달 10일 최고점(1만9500원)을 찍은 뒤 10%가량 빠진 상태다. 최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탄한 블루투스 헤드셋 수요에 힘입어 2분기 양호한 실적을 낸 데다 하반기 성수기 진입과 신제품 출시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 8.2배로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KB자산운용은 메가스터디교육과 신세계건설을 꾸준히 사들여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공시했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막연한 기대로 급등한 제약·바이오주와 달리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인 데도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덩달아 빠진 중소형주 비중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건설 주가는 올 들어 우상향 곡선을 그렸지만 지난달부터 조정에 들어갔고, 이달 들어 16.14% 빠졌다. 박용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이라며 “올해와 내년 예상실적을 적용하면 PER이 5배 수준으로 낮아 단기 하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진단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아세아시멘트, 팜스코, 로엔 등의 지분을 5%씩 들고 있다. 아세아시멘트는 풍부한 현금 대비 저평가된 주가가 부각돼 이달 들어 16일까지 12.89% 급등했지만 최근 조정장에서 18% 넘게 주저앉았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