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세 낮아진 타이어·합성수지 수출 급증
한국과 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월 발효된 이후 관세 인하 품목의 수출입 증가세가 뚜렷하다. 한국은 자동차용 타이어와 합성섬유 등의 수출이 크게 늘었고 캐나다는 농수산물 등 식품분야에서 수혜를 봤다. 수년 내 주요 상품의 관세가 없어지면 양국이 기대했던 무역확대 효과가 더욱 가시화할 것이란 게 정부와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車 수출 감소율도 전체 평균 밑돌아

3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FTA가 발효된 이후 한국의 대(對)캐나다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한 품목 가운데 하나는 고무제품이다. 올 상반기 수출액은 597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증가했다. 고무제품 관세는 최대 15.5%에서 올해 10.3%로 떨어졌다. 승용차 타이어(3929만달러)만 놓고 보면 수출 증가율이 43.5%에 이른다. 고무제품 관세는 대부분 2017년까지 완전히 없어진다.

합성수지(4029만달러)의 상반기 수출 증가율도 관세 하락 효과 등에 힙입어 24.3%로 집계됐다. 관세가 4.6%에서 3%로 내린 염색합성섬유는 상반기 수출액이 174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25.4% 늘었다. 시멘트 등도 올 들어 6개월 동안 수출액이 28.6% 증가했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는 상반기 수출액이 12억2156만달러로 3.7% 줄었다.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관계자는 “엔화 약세로 경쟁 상대인 일본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는 등 한국 자동차 수출 실적이 전반적으로 나빠졌다”며 “FTA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서도 이 같은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의 상반기 전체 자동차 수출액(238억달러)이 6.4% 하락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그나마 캐나다에서는 FTA 덕분에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동차 관세는 6.1%에서 올해 4.1%로 떨어졌고 2017년 완전 철폐된다. 전체 수출액의 절반을 담당하는 자동차 수출이 감소하면서 상반기 대(對)캐나다 수출액(24억5783만달러)도 5.4% 감소했다.

◆캐나다산 수산물 수입 두 배 이상 늘어

캐나다는 식품 분야에서 FTA 효과를 체감했다. 소고기 등 육류의 대(對)한국 수출이 상반기에 35.5% 증가했고 곡식 과실류(29.6%)와 새우 바닷가재 등 갑각류(15.8%) 수출도 늘었다. 테레사 와트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국제통상무역장관은 “한국이 미국, 호주, 유럽연합(EU) 등과 먼저 FTA를 체결하면서 2011년 이후 캐나다와의 무역이 위축됐었다”며 “지금은 관세장벽이 낮아지면서 1분기에만 농산물 수출이 930만t에서 1740만t으로 늘어나고 수산물도 110만t에서 260만t으로 확대되는 등 회복세가 완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BC주는 FTA를 활용한 수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에 무역사절단을 파견했고 지난달에는 한국 수입업자 등을 밴쿠버에 초청해 대규모 무역투자포럼도 개최했다. BC주의 대(對)한국 수출액은 캐나다 전체 수출액의 절반이 넘는다. BC주는 연어 등 수산물과 목재, 바이오에너지산업을 통해 한국으로의 수출을 더욱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FTA가 발효됐지만 캐나다의 상반기 한국으로의 전체 수출액은 21억580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나 감소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수출물량이 줄었다기보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원 수출 비중이 높은 캐나다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FTA 효과는 장기적으로 따져봐야 하지만 관세 하락 효과가 큰 품목을 중심으로 벌써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수년 내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면 FTA 효과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밴쿠버=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