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나은 아우'…실적 쇼크 속 살아남을 조선株는
조선주(株) 빅3의 천문학적인 손실 쇼크로 조선업계 전반에 암운이 드리운 가운데 형보다 나은 아우 조선주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형들이 빅배스(부실 털어내기)와 해양플랜트 부진으로 4조원 넘는 손실을 낸 사이 동생들은 실적 안정성이 높은 상선에 주력하고 한발 앞서 부실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미포조선한진중공업을 눈여겨봐야 할 조선주로 꼽았다.

2분기 손실에 이어 추가 위험이 있는 빅3와 달리 손실 가능성이 적고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2분기 실적도 양호해 빅3 대비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평가) 부담도 낮다는 게 투자업계 의견이다.

실제 현대미포조선은 전날 2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35% 늘어난 1조2123억원, 영업이익은 7% 감소한 15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와 비교하면 흑자전환한 것으로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국내 상장 조선주 중 실적 안정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대미포조선이 상선 중심의 회사로 수주 잔고에 대한 신뢰가 높으며, 향후에도 흑자를 이어가는 게 가능하다고 그는 분석했다.

2분기 부실을 털어내느라 급급했던 대형사와 달리 현대미포조선은 이미 지난해 선제적으로 손실을 반영한 점도 의미있다는 설명.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작년 선제적인 비용 반영을 통해 올해 빠르게 정상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며 "빅3와 달리 해양 관련 손실 우려가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역시 빅3와 같은 대규모 손실은 없을 것이란 게 투자업계 판단이다. 원가율이 급상승한 해양플랜트 부문이 없고 상선 부문의 충당금도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 한진중공업 매출은 7732억원, 영업적자는 22억원으로 예상한다"며 "수빅조선소는 흑자전환했고 신규수주도 양호하다"고 말했다.

회사채 상환 등 유동성 위험도 크게 낮아지며 대형 조선주와의 차별화가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손실 발생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밸류에이션이 낮은 조선주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진중공업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투자업계는 그러나 빅3의 부진이 워낙 심각한데다 추가적인 손실 위험도 존재하는만큼 당분간 조선주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우조선해양 등 일부 조선주에 대해서는 분석을 중단한 증권사도 나왔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빅3의 지난 2분기 손실 규모는 4조7509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경우 전 분기와 비교해 매출도 반토막났다.

빅3의 대규모 손실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공기가 지연되며 설계 변경, 재작업 등으로 비용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예측이 여려운 영역으로 들어가버렸다"며 "내년 현안 프로젝트들이 마무리되고 실적 가시성이 나타날 때까지 투자의견 제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조선주 전체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한다"며 특히 삼성중공업은 '매도'로 조정한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