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가치 15년래 최저
중국 경기 둔화와 국제원자재 가격 급락 여파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달러 대비 주요 10개 신흥국 통화가치를 나타내는 JP모간 신흥시장 통화지수가 이날 71.6까지 추락했다. 지수가 산출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15년 만의 최저치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석유, 구리, 철광석 등의 수요가 줄어 가격이 급락하면서 브라질과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원자재 수출국 통화가 특히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올 들어 달러 대비 27.3% 폭락했다. 브라질 헤알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각각 22%, 19.8% 급락했다. 콜롬비아 페소화는 17% 떨어졌고. 태국 바트화와 한국 원화도 각각 12.2%, 8.6% 하락했다.

신흥국 주가와 채권값도 동반 하락세다. 올 들어 신흥시장 증시 흐름을 반영하면 MSCI신흥시장지수는 10.9% 떨어졌다. 브라질 터키 러시아 등의 국채와 회사채 수익률은 일제히 상승(채권값 하락)했다.

신흥국의 이런 상황은 중국의 성장 둔화 속에 최근 상하이증시 급락 사태까지 이어지며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알베르토 갈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애널리스트는 “중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되고 Fed의 금리 인상까지 현실화하면 세계 금융시장이 더 크게 흔들릴 것”이라며 “Fed의 금리 인상은 고수익을 노리고 신흥국으로 흘러들었던 막대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신흥국이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 약세를 반기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수입물가가 오르고 외채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금융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신흥국의 총부채는 49조달러에 달한다. 2007년 이후 늘어난 세계 부채 가운데 47%가 신흥국에 집중돼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