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가, 매수청구권가 밑으로 첫 하락…삼성 "합병 예정대로…매수청구주 다 살 것"
삼성물산 주가가 28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5만7234원) 밑으로 떨어졌다. 주식매수를 청구한 금액이 1조5000억원을 넘으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매수를 청구한 주식을 모두 사들이면 합병은 성사된다. 삼성 측은 “어떤 경우에도 합병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청구금액 1조5000억원 넘나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1.55% 떨어진 5만7000원에 마감했다. 삼성물산 주식 7.12%를 갖고 있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24일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식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주가가 더 떨어지면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어서다.

관심은 과연 매수청구금액이 합병을 무산시킬 정도에 이를 것이냐 여부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계약서에서 ‘주식매수 청구금액이 1조5000억원을 넘으면 합병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선택이지, 의무는 아니다. 매수청구금액이 1조5000억원을 넘더라도 삼성물산이 모두 사들이면 합병은 이뤄진다.

매수청구금액이 1조5000억원이 되려면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약 2632만주가 매수청구를 해야 한다. 삼성물산의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1억5621만7764주)의 약 17%다. 하지만 아무나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없다. 지난 2일부터 16일 사이에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17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에 반대했거나 기권했어야 한다. 지난 주총에서 반대 또는 기권했거나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는 전체의 41.1%다. 이 중 얼마나 많은 주주가 주총 전에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7%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삼성 “매수청구 주식 모두 사겠다”

삼성 측도 매수청구금액이 1조5000억원을 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단 엘리엇과 같은 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은 이익 실현이 목적이기 때문에 매수청구를 할 가능성이 작다는 설명이다. 엘리엇의 매입 평균 단가는 약 6만원 수준으로 매수청구권 가격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엘리엇이 다양한 옵션계약을 통해 주가가 매입가보다 낮아도 이익을 볼 수 있게 설계해 놨을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엘리엇이 매수청구권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엘리엇은 합병 발표 전에 산 주식(4.95%)에 대해서만 매수청구를 할 수 있다.

삼성은 주식매수청구 가격이 얼마이든 간에 합병을 그대로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달 10일 KCC에 자사주를 매각하면서 확보한 돈 6742억원과 사내 유보금 등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청구가액이 커지면 돈을 많이 써야 해 부담이 된다. 하지만 사들인 주식은 자사주가 되므로 경영권 방어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지난달 10일부터 3개월간은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지만, 매수청구가 들어온 주식을 사는 것은 예외로 인정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