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제2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으려면
글로벌 경기가 나쁘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분식회계 사고가 터지고 있다. 일본 도시바가 1조4000억원의 분식회계로 다나카 회장이 사퇴했고, 중국 태양광업체인 하너지박막발전은 분식회계와 주가조작으로 홍콩거래소에서 주가가 하루 만에 47%가량 폭락하면서 지금까지 두 달간 거래정지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도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회계가 불거져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2조원대의 손실을 제대로 회계처리하지 않은 혐의를 받으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며칠 만에 40% 이상 급락, 1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일부에서는 분식 규모가 3조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큰 규모의 손실을 숨겨 왔다는 데에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회계에는 회계감사를 한 회계법인이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이 없지 않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배구조에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지만 사장과 임원에 대한 인사권은 청와대가 쥐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인이 없는 기업의 대부분은 청와대가 인사권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태도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기업경영의 성패는 최고경영자(CEO)에 의해 좌우된다. 경영능력도 없이 청와대 인맥이라는 이유로 CEO 자리를 차지한다면 해당 기업의 운명은 뻔한 것이다. 이들은 기업가치 향상에는 관심이 없고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며 실적은 부풀려 자신의 업적을 과대포장하는 겉치레 경영에만 열중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졌던 기업들이 각종 비리로 엉망이 되고, 검찰수사를 받는 것도 이런 낙하산 인사의 결말이다.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출자전환으로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대주주가 된 수출입은행도 잘못된 성동조선 경영자 선임이 실패원인이라고 한다. 결국 낙하산 인사로 인한 이 모든 부실은 국민이 혈세로 떠안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기업과 주인 없는 대기업들의 CEO 선임 절차를 시급히 뜯어고쳐야 한다. 낙하산 인사가 아닌, 국내외 최고의 경영자들을 초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제대로 된 감독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감독능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부행장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해서 감독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산업은행으로서는 부행장급 자리가 하나 더 생겼다는 데에 눈이 어두워 전관예우식 인사로 CFO를 파견했을 것이다. 지금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STX, 대우건설, 동양그룹 등이 모두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CFO 파견을 산업은행의 인사적체 해소용으로 활용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회계법인이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회계감사가 기업의 비리나 비효율을 개선해주는 것이라기보다 법 때문에 할 수 없이 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회계법인도 수박 겉핥기식 감사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기업과 회계법인 모두 생각을 바꿔야 한다. 감독당국도 조선산업에서처럼 분식이 의심되는 기업은 보다 강도 높은 공시의무를 부과해 국민의 혈세가 새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김지홍 < 연세대 교수·경영학 jeehong@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