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주도권을 둘러싸고 한·중·일 경쟁이 치열하다는 소식이다(한경 7월27일자 A1, 14면 참조). 5G는 현재의 4G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1000배 정도 빨라 무인자동차, 가상현실, 홀로그램 등 혁신적 정보통신기술(ICT)의 기반으로 꼽힌다. 문제는 한국이 이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해외 통신업계에선 “중국 화웨이, 일본 NTT도코모 등이 한국 업체보다 5G에서 한발 앞서 있다” “일본이 5G 상용서비스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들이 돌고 있다. 2G, 3G, 4G 시장을 잇달아 주도한 한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

최근 동향을 보면 그렇게 보는 것도 수긍이 간다. 일본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때 5G 상용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20년께 5G 상용화를 내다보는 통신업계 전망과도 맞아떨어진다. 국제표준 선점을 노리는 일본 정부는 5G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기업 등과 함께 총력전에 돌입했다. 중국 정부도 발벗고 나섰다. 5G TF를 가동하며 업계 독려에 들어갔다.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통신3사는 올해까지 총 30조원을, 세계 3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5G 기술연구에만 5년간 6억달러를 각각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한국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에 나선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하지만 중·일과 달리 내부적인 정책 엇박자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5G에 활용할 계획이던 700㎒ 주파수 대역을 방송용 등으로 할당하는가 하면, 정치권이 통신요금인하 압박에만 열을 올리는 게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과감하게 5G 투자에 나서겠나. 더구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도 5G에는 불리한 규제다. 새로운 단말기, 새로운 서비스 확산이 제약받을 게 뻔하다.

5G에서 밀리면 그건 통신망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IoT)의 근간이 바로 5G이고 보면 차세대 IT산업 전반에서 밀려날 공산이 크다. 지금이라도 정책 엇박자를 바로잡아 내부 전열부터 가다듬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