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교육·미디어그룹 피어슨이 최근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매각하고,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FT는 니혼게이자이그룹이 8억4400만파운드(약 1조5000억원)라는 거액에 사갔고, 이코노미스트는 새 주인을 물색 중이다. 피어슨은 미디어사업을 접고 교육사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회사 핵심인 교육사업이 정체되자 위기를 느낀 경영진이 핵심사업만 남기는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FT 이어 이코노미스트지  매각 추진 왜
○회사 핵심인 교육사업 정체

지난해 FT의 영업이익은 약 2400만파운드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보다 두 배가 넘는 약 6000만파운드를 기록했다. 이처럼 흑자를 내는데도 피어슨은 두 매체의 매각을 결정했다. 피어슨의 사업부는 크게 네 개로 나뉜다. 초·중·고교생용 교과서 출판 부문과 대학교재 출판 및 학원 등 교육서비스 부문, 언론 관련 부문, 세계 최대 출판사인 펭귄랜덤하우스다.

교과서 출판과 학원 등 사업을 하는 교육 관련 부문이 전체 피어슨 영업이익의 75%를 차지한다. 이 부문 매출은 세계 1위다. 피어슨은 한국에도 진출해 있는 영어회화전문학원 월스트리트잉글리시, 세계적 사전 출판사인 롱맨 등을 운영하고 있다. FT와 이코노미스트가 속한 언론 관련 사업부의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미국 시장에서 교과서 판매가 부진해지고 대학입학 정원이 줄면서 피어슨의 핵심인 교육사업은 휘청거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피어슨이 두 달 새 미국 내 학교 두 곳의 교과서 공급 재계약에 실패하는 등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북미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발표한 피어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FT 등 매각부문 제외)은 2014년 상반기보다 4% 감소한 7200만파운드를 기록했다. 초·중·고교 교과서를 출판하는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20% 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CEO 바뀌며 구조개편 가속화

2013년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서 피어슨의 FT 매각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았다. 마저리 스카디노 전임 CEO는 언론사업에 애착을 보였다. 수차례 FT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내가 죽기 전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새로 취임한 존 팰런 CEO는 달랐다. 교육전문가인 그는 취임한 뒤 수익성이 낮은 자회사를 정리하며 구조를 개편했다. 지난해 7월 향후 2년간 4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학생용 정보관리서비스인 파워스쿨을 사모펀드 운용사 비스타에쿼티에 3억5000만달러를 받고 팔았다.

FT와 이코노미스트를 시장에 내놓은 것도 구조 개편의 일부라는 평가다. 언론에서 수익이 날 때 매각을 서두르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언론산업 환경이 기존 언론매체뿐 아니라 페이스북 구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쪽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팰런 CEO는 FT 매각을 발표하며 “피어슨은 교육사업에 100%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미디어와 소셜미디어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언론계가 변곡점을 맞이했다”며 “새로운 환경에서 FT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매각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