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의 대표격인 대형 굴뚝 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동반 부진을 겪으면서 증시에서 대표주 부재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형 수출 기업들은 환율 불안 등으로 올해 상반기 내내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올해 2분기에 6조9천억원으로, 작년 2분기(7조1천900억원) 이후 4개 분기째 7조원을 넘지 못한 채 정체되고 있다.

매출액은 작년 2분기 52조3천500억원에서 이번 분기 48조원으로 감소했다.

현대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1% 감소해 5개 분기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기아자동차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와 22.8% 감소했다.

POSCO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6천86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2% 줄었다.

오는 29일 실적을 발표하는 LG전자의 2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2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을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나 감소한 2천920억원으로 추산하는 등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놨다.

여기에 효자 업종으로 꼽히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도 올해 2분기에 수조원의 손실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 주력 기업들의 침체 양상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수출 기업이 빠른 속도의 이익 감소세를 멈췄으나, 원/달러 환율이 오르지 않으면 성장도 어렵다는 것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환위기 이후 대형 IT 기업과 자동차 회사가 큰 폭의 성장을 이룬 것은 자체 경쟁력보다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영향이 컸다"며 "2004년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밑돌자 성장이 멈췄고 2012∼2013년 이후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형 굴뚝 기업과 수출 IT 기업들의 부진은 증시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7일 장중 12만3천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으며 LG전자도 지난 20일 장중 4만50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는 최고치인 2008년 5월 16만4천원보다 75.3%나 하락한 수준이다.

POSCO(19만1천원)와 현대제철(5만8천800원), 현대미포조선(5만2천800원), LG디스플레이(2만2천150원), LG(5만2천300원) 등 대형 상장주도 이달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또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은 23일 기준 679조6천억원으로 연초보다 40조700억원(5.57%) 감소했다.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굴뚝과 정보기술(IT) 등 주력 기업이 부진하자 화장품이나 바이오·인터넷 등 중·소형주에만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이런 중소형 기업은 증시 전반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국내 주력 산업이 최근 2∼3년간 침체기를 보냈고 당분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 만한 기업과 산업도 없다"며 "국내 산업과 증시를 주도적으로 이끌 만한 미래 먹을거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