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폭행사건 용의자 잡다 순직한 남편…주변 경찰들 의리에 감사"
황옥주 씨(50)에게 다음달 1일은 가슴 아픈 날이다.

11년 전 이날 밤 TV 뉴스를 보던 황씨는 남편인 심재호 경위(당시 경사·32·사진)가 폭행사건 용의자의 칼에 찔려 숨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믿을 수 없었다. 남편이 근무하는 서울 서부경찰서 강력팀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뉴스에서 사망했다는 경찰관이 내 남편이 맞느냐”는 황씨의 말에 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한참 후에야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황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심 경위를 살해한 사람은 폭행사건 용의자 이학만(46)이었다. 심 경위는 동료 이재현 경장(당시 순경·27)과 함께 이씨를 체포하기 위해 서울 노고산동의 한 커피숍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 두 경찰관을 살해하고 도주한 이씨는 심 경위의 7일제가 지난 다음날 검거됐다.

심 경위의 죽음에 많은 경찰관이 눈물을 흘렸다. 집에서 고기라도 굽는 날이면 자취하는 동료 경찰을 불러 함께 식사할 정도로 동료들에게 친절했던 그였다.

심 경위와 이 경장 사망 후 3주 만에 전국 경찰관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유족에게 전달했다. 동료 경찰관들은 돈을 모아 심 경위 아들의 보험을 들어줬다. 해마다 추석 등 명절이 되면 황씨의 집으로 과일선물을 보내오는 경찰관도 있었다. 어떤 경찰관은 익명으로 수개월 동안 돈을 보내왔다.

황씨는 “남편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었는지를 돌아가신 후에 더 절실하게 느꼈다”며 “많이 힘든 시기에 주변의 도움으로 위안을 얻었다. 그들에게 한없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심 경위가 순직할 당시 세 살이던 큰아들은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됐다. 아버지와 축구하는 것을 좋아하던 큰아들의 꿈은 존경하는 아버지를 따라 경찰이 되는 것이다. 경찰대에 들어가겠다는 포부다.

황씨는 “아들은 아버지가 말단 순경부터 경찰 일을 시작해 궂은일을 도맡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기말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뒤 ‘이 정도면 경찰대에 갈 수 있느냐’고 묻는데 뿌듯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고 했다.

심 경위는 화이트데이에 커다란 사탕바구니를 사들고 오는 다정한 남편이었다. 황씨는 “4년 연애하고 결혼해 4년을 함께하다 이별했는데, 그 8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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