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H&E 사업본부 사장. <한경DB>
조성진 LG전자 H&E 사업본부 사장. <한경DB>
[ 김민성 기자 ]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 사장이 22일 난데없이 불거진 구글의 LG전자 인수설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황당해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트윈트롬 신제품 세탁기 발표회장에 참석한 조 사장은 관련 기자 질문에 "(인수설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한 세탁기에 2가지 개별 세탁조를 탑재한 신개념 세탁기 발표가 한창이던 이날 오전 11시경 증권가 정보지(지라시)를 중심으로 "구글이 LG전자 주식 35%(23억달러,2조 5000억)을 블록딜 형태로 인수, LG그룹의 지주사인 (주)LG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라는 내용이 유포됐다.

현장에 참석한 LG전자 임직원들도 갑작스런 인수설이 나돌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사실 확인에 나서는 등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정보지 유포 내용은 언론 보도 기사체에 구체적인 정황 까지 담고 있어 시장 충격파를 던졌다. "구글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분야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되 직접적인 경영권 인수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거나 "그간 LG전자 주가가 52주 최저가를 갱신하고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한 사유에 대해 구글의 인수 가격을 낮게 산정하기 위해 고의로 낮춘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각에선 대두 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상세한 내용이 포함됐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구글과 신(新) 밀월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구글 안드로이드 OS 올림판 공식 시험기기인 넥서스 레퍼런스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 등을 도맡아 생산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해온 터라 정보지는 더 설득력을 얻었다.

여기에 최근 LG전자 주가가 연이은 실적 악화 경고음에 추락하던 상황이어서 이 같은 낭설에도 주가가 출렁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결국 근거없는 LG전자 인수설에 LG전자 주가가 한때 장중 15%까지 급등하는 등 출렁였다. 이후 LG전자의 공식 부인설이 나오면 전일 대비 3.07% 상승한 4만3650원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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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주가는 지난달 말 8년 6개월만에 5만원선이 붕괴되며 3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로 추락한 데 이어 현재 4만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LG전자의 하반기 수익성 약화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애플, 삼성전자 등의 틈바구니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경쟁력은 악화됐고, 인도 및 중국 등 주요 저가형 시장마저 현지 업체들에게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말에 출시된 G4 판매량은 국내 30만대 수준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여파까지 겹쳐 지난해 인기작 G3 판매 실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관계자는 "루머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게 공식 입장이라며 "블록딜 형태로 주식을 사들인다는 형식 자체도 현실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낭설을 퍼뜨려 급등 차익을 노리는 증시 작전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디바이스 제조설비를 따로 두지 않던 구글은 2011년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사업부문인 모토로라 어빌리티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이은 수익성 악화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산업군 간 조직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4년 초 중국계 레노버에 재매각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