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인권위원장 청문회 진영논리 벗어나길
국가인권위원회도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정권은 유한하고 인권은 영원하다’는 말이 무력하게 느껴질 정도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인권위는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들었다. 정권은 자신의 코드에 맞는 사람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함으로써 이런 비판에 빌미를 줬다. 인권위는 진보와 보수 진영 싸움의 무대가 돼버렸다.

그러는 사이 인권위의 위상은 한없이 떨어졌다.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는 세 차례나 한국 인권위에 대한 등급심사를 보류했다. 정부가 투명한 과정과 절차를 통해 인권위를 구성·운영하라는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인귄위의 위상 추락은 곧 한국 인권 전체의 위상 추락이었다. 저명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2월의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인권상황이 “전반적인 후퇴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일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새 인권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청와대는 “인권 보장에 관한 확고한 신념과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권위를 이끌 적임자”라고 내정 이유를 설명했다. 법조계에는 이번 인사가 정말로 그런지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도 있다. 이 내정자의 전문분야가 인권과 거리가 있는 지식재산권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현병철 현 인권위원장도 6년 전 내정 당시 민법 전문가라는 이유로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

부정적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 내정자가 독립성과 균형이 생명인 법관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적임자라는 얘기도 한다.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 인권위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냉정하게 평가해봐야 한다. 진영논리를 마냥 앞세워 무조건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권위가 어떤 모습인지는 국가의 위신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