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가 “2019년까지 청년 ‘고용절벽’이 심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맞는 지적이다. 청년실업률이 10%대를 넘나들고 있으니 이런 우려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문제는 대책이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이 청년들을 뽑기만 하면 청년실업문제가 바로 해결될 줄 아는 것 같다. 최 부총리가 “스타벅스 월마트 등 미국 17개 대기업이 청년층 일자리 10만개 창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며 “관건은 기업들이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한 것도 그런 인식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책당국자의 답답한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미국 대기업은 청년층 일자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데 국내 대기업은 아무것도 안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스타벅스 등이 창출하겠다는 일자리가 과연 양질의 일자리인지부터가 의문이다. 사실 그런 일자리라면 국내의 카페베네, 파리바게뜨, 이마트, GS25 등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자리조차 동반성장이니 골목상권 보호니 하며 막아버린 건 정부였다. 백 보를 양보해 정부가 미국이 그토록 부럽다면 기업이 경기에 따라 자유롭게 고용을 조정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부터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고용경직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청년층 고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의 일부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한은은 한국의 청년고용이 부진한 원인을 취업유발계수가 낮은 제조업과 수출 중심 성장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제조업과 수출이 있어 그나마 양질의 일자리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취업유발계수로만 따지면 농업이 최고인데 청년들을 농민이 되라고 할 것인가. 노동집약적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한은이 미국의 유연한 노동시장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한국에 대해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만 문제로 지적한 것도 충분한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식이 잘못되면 청년실업 해법도 겉돌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