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대마’로 알려져 있는 헴프(Hemp)는 다소 생소한 작물일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활용 가치가 높은 친환경 작물로 떠오르고 있다. CNN머니가 2015년 10대 푸드 트렌드로 지목한 헴프는 식품 외에도 섬유, 뷰티, 의료, 건축 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상업용 헴프, 의료 원료로 활용

헴프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 데이비드 브로너(David Bronner) 닥터브로너스 사장. 닥터브로너스 제공
헴프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 데이비드 브로너(David Bronner) 닥터브로너스 사장. 닥터브로너스 제공
최근 글로벌 브랜드들이 앞다퉈 ‘헴프’의 높은 효용성과 활용 가능성에 주목해 다양한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헴프는 단순히 환각 성분을 가진 작물이 아닌 씨앗, 줄기, 잎 등 모든 요소를 활용할 수 있다.

헴프 씨앗은 섬유질과 단백질, 오메가 36가 등이 풍부하고 항암 성분이 있어 유럽에서 시리얼, 쿠키, 케이크 등의 재료로 쓰인다. 씨앗에서 짠 오일은 노화방지 효과로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에 활용된다. 미국 암학회, 심장병협회, 류머티즘관절염학회에서 헴프씨를 치료를 돕는 슈퍼푸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헴프 재배를 둘러싼 다양한 움직임

헴프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상업용 헴프 재배를 합법화한 캐나다에서 헴프 원료를 들여와 다양한 제품을 제조하는 미국 업체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 최대 친환경 식료품 전문 체인스토어인 홀푸드에서는 헴프 샐러드 오일과 음료, 시리얼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헴프 샐러드 오일은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다른 오일에 비해 비교적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지만 수요가 꾸준히 증가, 헴프 관련 제품이 매년 확장되는 추세다.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헴프 경작의 합법화를 위해 거액을 기부했으며, 미국 유기농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Dr. Bronner’s)는 ‘헴프 히스토리 위크’의 최대 후원자로 미국 내 상업용 헴프 재배의 합법화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 닥터 브로너스는 비타민 E, 미네랄, 레시틴, 오메가 3·6 등이 풍부한 헴프씨 오일 성분과 친환경 작물이라는 점에 주목해 자사의 전 제품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상업용 헴프 관심 증가

국내는 1972년 제정된 대마관리법에 따라 헴프 생산이 법적으로 통제돼 있다. 현재 전남 보성과 강원 삼척·정선, 경북 안동을 중심으로 300ha 정도만 재배되고 있다. 헴프 활용은 주로 섬유에 국한돼 있으며, 장례용 수의와 상복이 대부분이다. 헴프의 환각성분인 THC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정량한계 0.2ppm에서 불검출되는 원료만 사용 가능해 식품·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의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헴프의 산업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투자가 이뤄져왔다. 대표적으로 대마 맥주대마 티백대마 스파게티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기준에 부합하는 헴프씨를 수입해 국내 소비자에게도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헴프씨 오일을 주성분으로 한 대마크림 등의 화장품이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