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에서 주연을 맡은 전지현이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여성 캐릭터가 주도한다”며 “내 생애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영화 ‘암살’에서 주연을 맡은 전지현이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여성 캐릭터가 주도한다”며 “내 생애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톱스타 전지현(34)이 제2의 전성기에 들어섰다. 2001년 흥행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스타덤에 오른 전지현은 10년 넘게 쓴맛을 보다가 영화와 드라마 세 개가 잇달아 대박을 터트렸다.

2012년 육두문자를 남발하는 매력적인 도둑 예니콜로 나선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1298만명)과 비운의 북한 여인 련정희 역으로 출연한 영화 ‘베를린’(716만명)이 히트한 데 이어 허점투성이 스타 천송이 역을 연기한 방송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22일 개봉하는 최 감독의 신작 ‘암살’에서는 친일파와 일본군 사령관을 저격하는 독립군 안옥윤 역을 해냈다. 20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 ‘암살’의 한 장면.
영화 ‘암살’의 한 장면.
“시사회 리뷰가 너무 좋아 눈물을 흘릴 뻔했어요. 관객이 영화에서 단순한 재미보다 의미를 가져간다면 ‘대박’일 거예요. 1000만명 이상 기대해요. 제 생애 최고작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최 감독이 제안해 흔쾌히 출연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모호한 감정을 잘 끄집어내더군요. 또한 캐릭터를 잘 살려내니까 좋은 배우들이 함께 일하려고 해요. 제게는 캐릭터가 강한 시나리오와 연출 스타일이 잘 맞아요. 최 감독 영화라면 언제든 나설 의향이 있습니다.”

암살에는 하정우 이정재 오달수 조진웅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남자배우들이 출연하지만 극을 주도하는 캐릭터는 전지현이 맡은 안옥윤이다. 대작 한국영화로는 극히 드문 일이다.

“여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한국영화가 거의 없습니다. 남자배우가 주연하는 영화가 잘된다는 얘기죠. 여성 캐릭터를 앞세우려면 용기가 필요해요. 그런 점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웠죠.”

전지현은 안옥윤 역을 연기할 때 새로운 공기를 마시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밝고 당당한 자신의 성격과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예니콜과 천송이 역은 제 성격과 닮아서 연기할 때 오히려 불편했습니다. 배역이 아니라 때로는 저 자신을 보여줬으니까요. 련정희와 안옥윤은 완전히 다른 성격이라서 철저히 연기로 임하면 됐어요.”

그는 독립을 위해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안옥윤이란 인물을 처음에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안옥윤이 일제강점기라는 불행한 환경에 처한 인물이란 점에서 접근하니까 연민이 생겼다고 한다. 안옥윤은 극중 장총을 쏴 일본군들을 쓰러뜨린다. 이 장면에서 가벼운 가짜 총을 사용하면 현실감이 떨어질까봐 무거운 진짜 총으로 연기했다. 총이 너무 무거워 마구 흔들린 장면은 편집으로 걷어냈다.

“저는 몸으로 표현하는 액션 연기를 좋아합니다. 배우들은 대부분 풀샷(전신이 나오는 장면)으로 찍으면 클로즈업 신보다 부끄러워하고 어색해 해요. 하지만 저는 전신이 나오는 게 편해요. 액션 연기를 하면 모양이 나거든요.”

액션 연기가 두렵지 않은 이런 자신감은 매일 하는 운동 덕분이다. 그는 매일 1시간30분 정도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한다. 2009년 홍콩 일본 등과 합작한 액션영화 ‘블러드’를 촬영할 때부터 이런 습관이 생겼다. 3연속 흥행 홈런 비결을 물었다.

“최근 몇 년간 흥행이 잘됐지만 그 사이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더 좋아졌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운 좋게도 뛰어난 감독과 시나리오를 선택한 게 ‘신의 한 수’였죠.”

전지현은 별에서 온 그대를 계기로 수차례 중국을 오가며 광고에 출연하고 팬 미팅을 했다. 엽기적인 그녀가 중국 등 아시아에서 흥행했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팬들의 환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어요. 시간이 흐른 뒤에야 굉장한 영광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니까 정말 고맙게 느껴졌어요. 앞으로 해외시장에 저를 열심히 알리고 싶습니다. 배우는 자신이 가진 시장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배우가 지닌 시장의 크기야말로 배우의 힘이니까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