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불황땐 비용 절감보다 '가격 결정'에 더 신경 써라
일본 나고야에 있는 한 금속가공회사는 오랜 수주 가뭄으로 적자에 시달렸다. 이 회사는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공정 개선부터 시작했다. 작업자의 움직임에 낭비가 없는지 살피고, 작업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했다. 상태가 좋지 않은 기계를 고치면서 현장을 조금씩 바꿔나갔다.

6개월 동안 이어진 근로자들의 노력은 마침내 제품 1개당 2엔의 원가 절감을 이뤄냈다. 하지만 판매 가격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개당 105엔에서 93엔으로 내려갔다. 고객이 값을 깎아달라고 해서 낮췄다는 영업사원의 한마디에 6개월간의 노력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불황이 길어지자 많은 회사가 거래처 확대와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익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 일본의 수익 컨설턴트 니시다 준세이는 《이익의 90%는 가격 결정이 좌우한다》에서 “회사의 수익을 개선시키는 핵심 가치는 가격 결정”이라고 강조한다. 가격 결정이라는 수단을 통해 뛰어난 제품을 필요 이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고객의 눈치를 보느라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은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회사의 경영 방식은 ‘장인경영’, 이익에 대한 높은 의식을 갖고 있는 경영 방식은 ‘상인경영’이라고 정의한다. 상인경영을 하는 경영자는 이익이 남는 제품에 집중 투자한다. 판매 가격을 1%라도 높게 정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판매 가격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저자는 제품의 표면에 명시된 ‘표면가격’뿐 아니라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면가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면가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가격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면가격을 결정하는 원칙으로 스펙, 서비스, 수량, 시간, 가격 인하, 현물 등 여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스펙이란 제품의 구성이나 서비스의 내용을 말한다. 스펙이 달라지면 원가도 변하기 때문에 가격도 다시 정해야 한다.

포장도 스펙의 일부로, 만일 포장지가 아니라 보자기로 제품을 싸게 되면 별도의 포장비를 받아야 한다.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는 경우가 많다. 아무런 비용도 받지 않고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다가는 작업량에 과부하만 걸린다. 서비스는 무료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유료로 돌려야 한다.

저자는 수량에 따라 가격을 구분해놔야 한다고 말한다. ‘한 번에 30개’ 배송과 ‘하루에 1개씩 30일 동안’ 배송에는 각각 다른 가격을 붙여야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작업하는 시간을 가격과 연결하는 발상도 필요하다. 급하게 처리하는 업무에는 할증 요금을 청구하는 회사나 세탁시간을 넉넉하게 주면 할인해주는 세탁소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사장이 보지 못하는 현장에서 단골이라는 이유로 영업사원이 마음대로 가격을 인하해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가격 인하에 대한 규칙을 세우고 직원들이 지키도록 사장이 지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객이 맡긴 보관품이나 고객에게 제공하는 샘플 등 ‘현물’에 신경쓰지 않으면 회사의 애물단지가 될 위험성이 높다. 고객이 제품을 맡길 경우 보관료를 받고, 샘플도 제작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저자는 “이익이 나지 않으면 고용도 품질도 안전도 확보할 수 없다”며 “이면가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매출 확대나 비용 절감보다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