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육비이행관리원은 한부모가족 지킴이
“전(前) 배우자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네가 혼자서 뭘 할 수 있겠느냐. 해 볼 테면 해봐라’는 식이었습니다. 이행관리원이 생겼다는 소식에 1년이고 2년이고 한 번 해보자는 용기가 생겨 신청했는데, 이렇게 빨리 양육비를 받게 될 줄 몰랐습니다.”

최근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아 한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행관리원이 ‘가뭄 속 단비’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생업과 양육이라는 이중고를 홀로 견디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교육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경우, 이혼 당시 양육권을 뺏길까 양육비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 경우, 전 배우자가 몇 차례 주다가 끊어진 경우까지 이행관리원에 문을 두드린 사연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요청한 간절한 마음은 똑같았다.

전국 이혼·미혼 한부모가족은 47만가구에 달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은 경험이 있는 가족은 열에 둘도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항인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지난 3월25일 출범하자 문의가 폭주했다. 6월 말까지 상담 요청만 2만5000건이 넘었고 4000여건이 공식 접수됐다.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해결한 사례는 100건을 넘고, 실제 이행된 금액도 3억원에 육박한다. 양육비 소송까지 진행되면 더 많은 한부모가족이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목표는 양육비 문제로 고통받는 한부모가족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다. 양육과 생업의 이중고로 소송할 여유조차 없는 한부모를 대신해 비양육부 또는 모의 소재지와 재산상태 파악부터 양육비청구소송, 채권추심, 양육비이행상황 모니터링까지 양육비 확보를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당장 양육비가 절실할 땐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을 통해 도움을 주고 나중에 전 배우자에게 대신 받아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녀와 같이 살든 따로 살든 자녀 양육책임은 부모가 함께 나누는 것이란 인식을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다. 양육비는 쓰고 남으면 주거나, 재혼했다고 줄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환경에서든 자녀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토양이다. 그래서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영문 명칭도 ‘Child Support Agency(아이 지원 기관)’다. 돈의 차원을 떠나 부모·자식을 이어주는 정서적 고리역할을 하기도 한다.

출범 초기인 만큼 아쉬운 점도 있다. 아직 자녀양육 책임에 대한 인식이 낮아 법의 힘을 빌려야 하는 사례가 훨씬 많지만 이행 강제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인식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시민단체와 연계해 인식 개선 홍보를 강화하고, 가정법원의 부모교육 과정에 ‘양육비이행 항목’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혼 후 부모·자녀 사이 관계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예방 차원의 방안도 강구 중이다.

“우리 전화 한 통만으로 끊겼던 양육비가 다시 입금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힘이 납니다.” 밀려드는 상담에 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지만 이행관리원 가족들은 모두 사명감과 의욕이 넘친다. 이행관리원은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호응에 비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진심과 정성을 다해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라건 ‘아이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김희정 < 여성가족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