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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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구 기자 ] 지난 9일 변호사시험 성적이 전면공개로 전환됐다.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현행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전엔 불합격자에 한해 성적을 공개했었다. 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에 맞춰 도입된 사법시험의 대체재다. 그간 성적 비공개로 법조인 선발의 공정성 시비가 일자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바뀌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기본적으로 로스쿨 체제에서 변호사시험은 선발고사가 아닌 자격고사다. 그런데 성적이 채용의 주요잣대가 되면 시험 준비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성적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의 취지와는 맞지 않게 된다.

성적 공개 이튿날 서울 중구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만난 신영호 이사장(고려대 로스쿨 원장·사진)은 “성적순으로 줄 세워 당락을 가리면 시험에만 올인해 다양한 경력의 법관이 나오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변호사시험 성적뿐 아니라 로스쿨 학점,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을 비롯해 경력이나 특화 분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을 연 지 7년째지만 로스쿨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7년 폐지 예정인 사시를 존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로스쿨은 또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사시가 ‘희망의 사다리’이자 ‘개천의 용’을 상징하는 공정한 시험이란 주장과 로스쿨 제도는 ‘돈스쿨’ 또는 ‘현대판 음서제’란 비판이 맞물린다.

“정말 사시가 누구나 마음먹으면 준비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제도인가요? 이론적으로는 그렇죠. 현실을 봅시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고시낭인’이 되지 않았습니까. 사시에 합격해 소위 개천의 용이 되는 확률은 극히 낮아요. 오히려 로스쿨이 그런 통로를 열어놓고 있죠.”

신 이사장은 사시 존치론을 단호하게 비판했다. “논거가 허구에 가까운 추상적 구호”라고 했다. 협의회는 사시 합격연령 평균 28세, 준비기간 평균 7년, 매년 평균 1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데 반해 합격률은 채 3%가 안 된다는 통계치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로스쿨과 함께 사시로 법조인이 되는 통로도 열어두자는 얘기가 나온다. 사시 인원이 100명이든 200명이든 정치논리로 어정쩡하게 남겨두면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어 “10여년 사회적 합의와 시행 절차 등을 거쳐 정착 단계로 가는 로스쿨 제도의 근간은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사시 존치를 주장할 이유는 없다”고도 했다.

사시가 ‘개천 용’의 등용문이 된다는 통념에도 반론을 폈다. 배출인력 통제로 법조권력을 쥔 소수 엘리트가 개천의 용으로 미화됐다는 것. 법조서비스를 받는 일반 서민층 입장에선 ‘갑’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신 이사장은 “사시 패스를 과거 급제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지금도 재학 중에 합격하면 ‘소년등과’ 했다고 한다.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사시 시대의 관습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개천 용 논리를 들고 나오는데, 항상 갑이고 싶은 마음의 발로는 아닌지 잘 새겨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수년째 되풀이되는 논란에 로스쿨들은 적극 대응에 나섰다. 최근 협의회 차원에서 전국 25개 로스쿨 장학금 지급현황을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등록금이 비싼 로스쿨은 서민을 위한 사다리가 되지 못한다는 비판에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로스쿨 재학생의 70%가 장학금을 받으며 전액장학금 수혜자인 15%는 등록금 한 푼 내지 않고 법조인이 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사시가 나쁜 제도, 틀린 제도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사시의 문제점 극복을 위해 사회적 합의로 로스쿨을 도입했는데 다시 돌아가자는 건 아니란 거죠. 법률 문장 잘 쓰고 송무 잘하는 사시 시대 법조인이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의 법률문제는 단순하지 않아요.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야 대처할 수 있는 현 시대엔 로스쿨이 적합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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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 진연수 한경닷컴 기자 jin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