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문막나들목(IC)을 빠져나오면 짓다가 만 아파트 수십 동이 보인다. 이 아파트는 7년째 방치돼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뒤 미분양에 허덕이던 원주시 분위기를 상징하는 ‘흉물’이다. 원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도권 공공기관이 옮겨가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사업이 함께 추진된 곳이지만 금융위기 뒤 부동산 침체를 피하지 못했다.
원주가 되살아난다
그랬던 원주시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뚜렷하다. 올 상반기(1~6월) 토지거래 건수(한국감정원 조사)는 7년 만에 다시 1만건을 넘어섰다. 최근 원주기업도시에서 분양한 점포겸용단독주택용지(상가주택용지) 85개 필지 경쟁률은 평균 1390 대 1에 달했다. 인근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필지당 7000만~1억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자동차 튜닝 특화단지

원주시 부활은 기업도시사업이 이끌고 있다. 원주시 지정면 가곡리·신평리 일대 529만㎡에 들어서는 개발지구다. 2008년 11월 사업을 시작했다. 롯데건설이 주도해 기업도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했다. 그러나 일부 출자자가 중도 하차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해 11월부터다. 처음 분양한 상가주택용지 49개 필지의 평균 경쟁률이 223 대 1을 기록하면서 훈풍이 감지됐다. 건설회사들도 입질을 시작했다. 올 3월 분양한 아파트용지 2개는 라온건설과 호반건설이 각각 가져갔다. 기업도시 내 첫 분양도 시작한다. 롯데건설이 전용면적 59~82㎡ 2300가구를 오는 10월 공급할 예정이다.

기업 생산시설이 들어설 부지(지식산업용지 92만386㎡) 조성공사는 마무리 단계(공정률 99%)다. 27개 기업이 입주계약을 체결했거나 진행 중이다. 용지 분양률도 68%까지 올라갔다. 의료산업특화단지가 조성되며 누가의료기 등은 이미 입주했다. 자동차 튜닝 등을 전문으로 하는 ‘원주국제모터스’ (가칭) 단지도 22만8000㎡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기업부지 가운데 4분의 1가량에 달한다. 김영하 원주기업도시 차장은 “원주기업도시를 ‘자동차 튜닝의 메카’로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기업도시는 13일 업무용지 2차 공급을 진행하고 8개 필지를 입찰에 부쳤다. 중심상업용지와 남은 아파트용지 6개 필지는 내년 상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다.

○광역교통망 호재

또 다른 호재는 광역교통망이다. 내년 제2영동고속도로(경기 광주~원주 가현동 연결)가 뚫리면 성남 판교신도시와 바로 연결돼 서울 강남권까지 50분대에 닿을 수 있다. 또 2017년 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되면 청량리역에서 서원주역까지 30분대에 갈 수 있다. 분양마케팅업체 신화의 이종진 사장은 “현재 건설 중인 교통인프라가 갖춰지면 원주는 ‘준수도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파트 시세도 꿈틀대고 있다. ‘원주 내 강남’으로 불리는 무실동 e편한세상 전용 84㎡ 매매가격은 2억6000만~2억700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000만~5000만원가량 올랐다. 분양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선보인 단계동 ‘원주 봉화산 푸르지오’ 969가구는 1.92 대 1의 경쟁률로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분양가가 3.3㎡당 750만원선으로 다른 분양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데도 호응이 좋았다. 원주시청 관계자는 “2020년께 원주시 목표인구를 50만명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원주시 인구는 2005년 29만여명, 2010년 31만7000여명, 올해 33만2000여명(연말 추정)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원주=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