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기쁨·시샘·불안·분노…감정이 지배하는 경제
A사는 당신에게 연봉 5000만원을 주겠다고 한다. 이 회사는 모든 신입사원에게 5000만원의 연봉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B사는 당신에게 연봉 6000만원을 주겠다고 한다. 이 회사는 신입사원에게 6500만원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행동을 연구하는 맥스 베이저먼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학생들에게 두 회사의 일자리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물었다. 학생 32명 중 22명이 A사를 선택했고, 10명만이 B사를 선택했다. 많은 학생이 절대적인 연봉 액수보다 조금 적어도 좋으니 동료에게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연봉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기쁨과 불안, 분노, 선망, 시샘, 불쾌감 같은 다양한 감정을 겪는다. 무언가를 결정하는 상황이 되면 그런 감정들이 불쑥 튀어나와 합리적인 계산과는 다른 결론을 내도록 압박한다.

마테오 모텔리니 이탈리아 산라파엘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는 감정으로 움직인다》에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감정”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감정이 지배하는 경제는 기존 경제학으로는 풀어낼 수 없다”며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읽고 해석할 줄 알아야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돈의 가치는 액면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돈에 상대적 가치를 부여하고 경험이나 감정에 따라 채색하는 경향이 있다. 한동안 입지 않았던 윗옷 주머니에서 우연히 발견한 보너스 같은 돈과 열심히 땀 흘려 번 돈을 쓸 때 마음가짐이 다르다. 슈퍼마켓에 들렀을 때는 10원이라도 아끼려고 할인상품을 찾다가도 백화점 명품코너에 가면 우수리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똑같은 조건이 제시돼도 그것이 어떻게 해석되느냐, 혹은 어떤 식으로 제시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예를 들면 지방분 5%인 요구르트보다 무지방분 95%인 요구르트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울 20%를 섞은 스웨터보다 캐시미어 80%가 들어간 스웨터를 더 선호한다.

심지어 숫자도 정서로 판단해 정반대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A국가에서는 매년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100명 중 평균 24.15명이었다. B국가에서는 1만명 중 평균 1285명이었다. 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A국가가 B국가보다 두 배 높다. 하지만 연구에서는 75%의 사람이 A국가보다 B국가가 더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다고 대답했다. 복잡한 계산은 생략해 버리고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해 단순히 큰 숫자에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감정적 오류에 휘말려 합리적인 경제적 판단을 그르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선 통계적 마인드를 키우라고 충고한다. 독일에서는 매년 10만명의 여성이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유방 절제 수술을 하고 있다. 매년 수천명의 남성이 전립선을 조기 진단하면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확증도 없으면서 검사를 받는다. 확률이 극히 낮음에도 통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위험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저자는 또 투자에서 흔한 심리학적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사람들은 보통 친숙하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코카콜라는 다국적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주식의 16%를 본사가 있는 미국 애틀랜타 사람들이 갖고 있다. ‘가까운 곳에 있다’ ‘신뢰할 수 있다’와 같은 친숙함은 종종 그 회사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