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덴버에 있는 메이커 센터 스파크펀에서 이용자들이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 덴버에 있는 메이커 센터 스파크펀에서 이용자들이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르네상스는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 창업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기술을 배우는 학생에게서 시작됩니다. 나는 여러분의 창의성을 응원하며 지역사회의 발명 및 창업 장려를 위해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17일 백악관에서 처음 열린 ‘메이커 페어’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메이커 페어는 오바마 대통령이 축사에서 ‘무엇이든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 메이커들(makers)이 개인적으로 만든 제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공유하며 서로 소통하는 장터다.

미국 정부는 개인이 3차원(3D)프린터와 개방형 하드웨어 등으로 직접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 운동’을 확산하기 위해 메이커 페어를 백악관에서 열고 6월18일을 ‘메이커의 날’로 지정했다. 또 3D프린팅을 위해 시카고에 디지털제조연구소를 설립하고 3억2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대대적인 메이커 지원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이 로봇 기린 제작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6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이 로봇 기린 제작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한경DB
미국뿐만 아니다.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메이커 페어는 지난해 세계 21개국, 116개 도시에서 열렸다. 미국과 중국은 메이커 운동을 제조업 혁신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동력으로 인식하고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책마을] 나는 만든다, 고로 일하게 된다…미래 일자리 '메이커'의 손에 달렸다
《유엔미래보고서》 시리즈를 쓴 미래학자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신간 《메이커의 시대》에서 메이커에 초점을 맞춰 미래 일자리 트렌드를 조망한다. 미래를 연구하는 싱크탱크인 미국 워싱턴DC 밀레니엄프로젝트(유엔미래포럼) 본부가 최근 내놓은 ‘일자리 2050 미래예측 보고서’를 토대로 기술 혁신과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과 새롭게 등장하는 일거리를 살펴본다. 박 대표가 전망하는 시기는 일자리의 판도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30년부터 거대한 흐름이 완성될 2050년까지다.

저자는 메이커를 ‘21세기의 기술 애호가’로 규정한다. 메이커는 최신 기술과 디자인, 예술, 지속 가능성과 대안적인 사업 모델에 관심이 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관심을 공유하고 직접 만든 제품을 선보이면서 이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을 바란다. 디지털 제조도구를 이용해 물건을 만들고 새로운 일거리를 창조해내는 사람이다.

저자는 먼저 기술의 놀라운 발전과 혁신에 의해 산업혁명 이후 기업 중심의 제조산업과 일방적인 소비 생태계를 벗어나 이제는 개인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사용하며 공유하는 메이커의 시대로 변화할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2030년을 기점으로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의식주와 교육, 의료가 무료화되고 인간이 하는 일을 기계와 센서, 칩, 로봇이 대신하면서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온다. 현존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소멸의 길로 들어선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일자리의 개념도 진화한다. ‘일자리’는 사라지는 대신 ‘일거리’는 창출된다. 사람들은 기계나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새로운 창조적인 일을 찾아내 스스로 일하고 만족을 얻는다. 개인의 열정에 따르는 창업에 불이 붙고,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을 창의적인 공작 공간인 ‘메이커 센터’로 인도하는 정부 정책으로 메이커 운동이 거세게 일어난다.

저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시작한 메이커 운동과 메이커 센터의 역사 및 현황을 돌아보고 실리콘밸리와 덴버에서 메이커 센터들과 글로잉플랜트, 매터넷, 펠로로봇, 시스테딩연구소, 3D시스템스 등 최첨단 메이커에서 연구개발하는 미래 기술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메이커의 시대가 상상 속 먼 미래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인간은 무엇인가 만들고 있을 때 행복과 만족을 느낀다”며 “점점 더 뭔가를 만들어 사회에 공헌하거나 빈곤층을 도우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꿈과 미래의 삶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저자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정부가 해야 할 과제로 △전문기술과 첨단기술의 재훈련 프로그램 증가 △STEM을 필수 과목으로 정하고 인문 교육은 무료 온라인 강좌로 돌리는 혁신 △DIY(직접 만들기) 기술 장려와 메이커 센터, 메이커 타운 조성 △국가적 발명 프로젝트 등을 제시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