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나를 상처 입히는 건 나 자신…건강한 자존감을 얻는 방법
기업 마케팅 부서에 갓 입사한 여직원이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힘이 있는 윗사람을 만나는 상상을 한다. 그때 내면의 목소리가 속삭인다. ‘네까짓 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괜히 나서지 마. 웃음거리가 되고 싶어?’

미국 심리학자 너새니얼 브랜든이 쓴 《자존감의 여섯 기둥》에 소개된 사례다. 낮은 자존감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이 흔히 하는 생각을 예로 든 것이다. 자존감은 실패나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내적 근원을 설명하는 힘이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남의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고 흔들린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쓰여 전전긍긍하고, 눈에 띄는 것을 괴로워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지금의 성취가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기연민에 빠져 자존감을 갉아먹게 된다. 이는 자연스레 인간관계, 연애, 학업, 사회적 성취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브랜든은 “‘난 행복해지거나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부정적 결말에 치닫는 것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자기 충족적 예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믿지 못하기에 늘 행복에 대한 불안, 성공에 대한 불안에 시달린다.

순풍에 돛단 듯 순조로운 인생은 자기 내면 깊숙한 곳에서 자기 자신에게 걸맞다고 여기는 모습과 충돌한다. 결국 자신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의심하게 되고, 행복과는 정반대되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간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쩐지 나에겐 너무나 과분한 현실이었어.”

이런 사람을 위해 저자는 자존감을 결정짓는 ‘여섯 가지 기둥’을 설명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자존감을 얻는 방법을 소개한다. 세상이 나를 상처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상처 입히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판단보다 자기 자신의 판단을 최우선으로 여기라고 주문한다. ‘내가 거짓말쟁이라는 건 나밖에 모를 거야’라는 생각은 결국 자신의 판단은 중요치 않고, 오로지 다른 사람의 판단만이 중요하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결국 저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역설한다. 책을 추천한 공현철 교보문고 광화문점 북마스터는 “요즘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삼포세대’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가 청년층의 자존감과도 연결될 수 있다”며 “이런 세대일수록 자신을 지키는 내적인 힘, 자존감이 필수 덕목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