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을 시작한 지 2년10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이전 초기부터 줄곧 지적돼온 세종시 비효율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8개 경제부처 과장급 이상 간부 12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세종시 해저드(hazard)’는 선명하게 드러났다. 대부분 경제관료는 세종시 부작용으로 자신들이 내놓는 정책의 질(質)이 떨어졌다고 인정했다. 설문 응답자의 74%는 출장이나 소통 부족 등으로 비상상황 발생 때 대응이 늦었던 경험이 있다고 시인했다.
[세종시 해저드에 빠진 한국] 관료 30% "1주일에 3~4일은 출장…10번 중 4번은 국회 때문"
○“1주일에 닷새 근무” 12%뿐

설문에 응한 공무원 중 1주일 내내 세종청사에서 일한다고 답한 사람은 12.1%에 불과했다. 나흘 정도 근무한다고 답한 사람은 29%였다. 사흘 이하인 공무원은 58.8%에 달했다. 세종에서 근무하는 날이 적은 이유는 잦은 출장 때문이었다.

응답자 중 80.5%는 1주일에 한 번 이상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간다고 답했다. 1주일에 한두 번 출장을 가는 공무원이 50.4%였고, 서너 번 이상 출장을 간다는 응답자도 30.9%였다. 거의 가지 않는다는 사람은 18.7%뿐이었다.

출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국회 출장이었다. 국회 업무로 서울 출장을 간다는 응답이 40.5%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업계 면담(26.2%), 청와대 회의(11.1%), 산하기관 업무(4%) 등의 순이었다. 기타(18.3%)를 고른 응답자의 61.1%는 ‘세종시에 있는 다른 부처와의 협의도 서울에서 한다’고 대답했다.

출장이 잦아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다보니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업무 집중도가 ‘많이 떨어졌다’(19.2%)와 ‘다소 떨어졌다’(53.6%)를 포함해 ‘떨어졌다’는 응답이 72.8%에 달했다. 업무 집중도에 ‘변함이 없다’거나 ‘높아졌다’는 응답은 각각 20.0%와 7.2%에 그쳤다.

‘세종시 이전 후 비상상황 발생 때 과천·서울청사 시절에 비해 대응이 늦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간혹 있다’는 대답은 65.6%, ‘자주 있다’는 8%였다. 4명 중 3명의 응답자가 출장과 소통 부족 등으로 비상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 셈이다.

○97.5% “직원과 소통에 문제”

세종시 이전 후 같은 부처 내에 근무하는 선후배·동료 간 업무 소통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대부분인 97.5%는 ‘과천·서울청사 시절보다 부처 간 또는 부처 내 소통이 줄었다’고 답했다. ‘의사소통이 20% 정도 줄었다’고 한 응답자는 41.8%에 달했고, ‘30% 줄었다’는 32.8%, ‘40% 줄었다’는 5.7%였다. ‘50% 이상 줄었다’고 대답한 사람도 8.2%였다. ‘변화없다’는 대답은 2.5%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35.8%는 ‘세종시 이전 후 후배 공무원의 교육·훈련에 지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유로는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보고서 등을 수정해줄 시간이 없다’ ‘상세한 업무 내용을 교감할 시간이 없다’ 등을 들었다.

공무원들이 서울 출장 때 주로 이용하는 정부서울청사의 스마트워크센터에 대해선 ‘만족한다’는 대답(17.1%)보다 ‘불만이다’란 응답(22.0%)이 다소 많았다.

불만 사항으론 ‘접근성이 떨어져 중간에 빈 시간을 관리하기 어렵다’ ‘자리가 부족하다’ 등을 들었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