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을 방안을 마련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채권단과 그리스가 재협상을 통해 합의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리스는 당장 10일 20억 유로의 단기국채 상환 만기를 맞고, 20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와 유로정상회의를 앞둔 7일 국제채권단의 기존 협상안을 국민투표에서 거부한 그리스가 내놓을 새 협상안에는 30%의 채무탕감과 만기연장 요구가 담길 전망이다.

앞서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그리스에 대해 채무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면서 믿을만한 제안을 하라고 촉구했다.

◇ "그리스 부채탕감 요구액 IMF 제안의 2배"
7일 독일 슈피겔 온라인과 BBC 등에 따르면 그리스의 새로운 협상안에는 채무탕감과 만기연장 등의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앞서 IMF 보고서가 공개되자 "30% 부채탕감과 만기 20년 연장이 부채를 지속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오르기오스 스타차키스 그리스 경제장관은 6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내놓을 새 협상안에 채무탕감 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0%의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채무탕감을 요청하는 새로운 버전의 채무상환능력 '지속 가능성' 분석을 갖고 있다"면서 "이 방안은 우리 제안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그리스 정부의 총부채 규모는 3천173억 유로며, GDP 대비 부채비율은 177%에 이른다.

이에 따라 그리스가 요구하는 채무탕감 규모인 총 채무의 30%는 951억 유로가량 된다.

이는 IMF가 보고서에서 예로 제시한 부채탕감 규모 530억 유로(약 66조원)의 2배에 가깝다.

IMF는 지난달 26일 작성해 채권단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ECB와 공유한 보고서에서 그리스의 부채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만기연장과 부채탕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MF가 보고서에서 예로 제시한 부채탕감 규모는 그리스 GDP의 30%나 그리스 대출기금 규모에 해당하는 530억 유로다.

보고서는 또 그리스의 상환 유예 기간을 20년까지, 상환 기한은 40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채권단 "믿을만한 새 협상안 내놔야"
채권단은 그리스가 책임감 있고, 구체적이고 정밀하고, 심도 있는 개혁을 포함한 내용의 협상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마치고 "치프라스 총리가 앞으로 3년간 그리스의 경제성장과 번영을 불러올 수 있는 중기 프로그램을 위한 구체적이고도 정밀한 계획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마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는 "그리스는 심도 있는 개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더 스툽 핀란드 재무장관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공은 그리스 편으로 넘어갔다"며 "그리스는 부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구조개혁을 이행하고 국가 경제를 안정시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채무탕감과 만기연장을 받아들일지도 주목된다.

그리스가 반대급부로 무엇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이에 결사반대해왔으며, 재협상에서 이를 안건으로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그마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그리스가 협상을 재개하려면 다른 18개 회원국이 무조건적인 채무탕감을 해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만약 그리스에 채무탕감을 해준다면 다른 국가들에게는 어떻게 거절을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에 채무탕감을 해준다면 단일 통화동맹인 유로존은 산산조각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르틴 예거 독일 재무부 대변인은 "채무 탕감(debt cut)은 우리로서는 의제가 아니다"라며 그리스 채무를 재조정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2대 채권국인 프랑스는 독일과 달리 채무 재조정을 적어도 논의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날 유럽1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그리스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금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채권단에 제시한 마지막 제안도 새 협상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채권단에 마지막 제안으로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유럽안정화기구(ESM)를 통한 2년간의 채무상환용 자금지원과 채무 재조정을 요구했다.

자금지원 요구 규모는 2017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국가채무 291억 유로(약 36조1천억원) 상당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