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없는 직구시장…해외 물류센터 4배로
해외배송 대행업체 몰테일은 최근 미국과 독일에 있는 물류센터를 잇따라 확장했다. 지난 2일 미국 델라웨어 물류센터의 처리능력을 기존보다 네 배 많은 월 최대 15만상자로 늘렸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센터를 세 배 확장해 월 최대 3만상자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배송대행업체들은 해외에 물류센터를 차려놓고, 국내 소비자가 현지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대신 받아 한국으로 배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해외 직접구매(직구) 수요가 폭증하면서 배송대행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발주자인 위메프박스 역시 지난해 11월 델라웨어에 새 물류센터를 가동했고, 세븐존도 지난달 프랑크푸르트에 둥지를 틀었다.

국내 유통업계가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해외 직구 시장은 ‘불황 무풍지대’로 통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357만건, 2억7423만달러에 그쳤던 해외 직구 규모는 지난해 1553만건, 15억4491만달러로 커졌다.

김기록 몰테일 대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 곳에서 배송대행 사업을 시작한 2009년엔 주문이 월 100~200건 정도였지만 지금은 4개국 6개 물류센터에서 월 20만건 이상을 처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직구 시장이 앞으로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연내 관세법 시행규칙을 바꿔 직구 상품의 면세 문턱을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물품 가격, 배송료, 보험료를 합친 가격이 15만원 이하여야 면세 혜택을 받지만, 앞으로는 물품 가격만 150달러 이하면 관세를 물지 않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면세한도 데드라인’인 10만~15만원 선에 걸쳐 있는 화장품, 신발, 의류 등의 구매가 특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직구 대상 품목은 ‘더 이상 직구로 살 수 없는 물건은 없다’고 할 만큼 다양해지고 있다. 관세청이 최근 5년간의 직구 동향을 파악한 ‘해외직구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최근 직구족 사이에 관심도가 급등한 품목은 커피, 핸드백, 운동화, 두발용 제품, 식품 등이다. 가방, 카디건, 손목시계 등도 거래 규모가 급증한 품목으로 꼽혔다. 직구가 이뤄진 국가는 총 137개국에 달했다. 미국(72%·거래액 기준)의 비중이 가장 높고 중국(11%) 독일(5%) 영국(5%) 등의 순이었다.

혼수용 TV, 매트리스, 전기레인지, 커피머신까지 직구로 반값에 사는 이들이 늘면서 1000달러 초과 고가품 직구는 5년 새 767% 급증했다. 독일 주방칼, 인도 카레, 뉴질랜드 꿀, 이집트 콩, 벨기에 초콜릿 등도 인기 품목으로 떠올랐다. 김혜인 세븐존 웹마케팅팀장은 “독일에서 자동차 부품을 직구로 사서 조립해 카센터의 절반 가격에 교체하는 소비자도 있다”고 했다.

해외 직구 열풍은 단순히 몇몇 소비자의 ‘알뜰 쇼핑’으로 끝나지 않고 국내 소비재업체들의 가격 전략을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직구족 인기 품목은 한국 판매가를 줄줄이 내렸다. 랄프로렌 아동복, 스노우피크 캠핑용품, 나인웨스트 구두 등에 이어 올 4월 네스프레소가 커피캡슐 가격을 30% 인하했고, 이달 1일 양키캔들 향초값이 35% 내렸다.

임현우/강영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