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대응이 빨라졌다. CEO가 직접 사고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응책을 내놓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학습효과가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3일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의 폭발사고 직후 안타까움과 유감의 뜻을 표하며 최대한도의 보상 및 지원, 생산공장 가동 중단 등을 골자로 한 대응책을 곧바로 내놨다. 사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국내외 모든 사업장에 대해 안전점검도 실시키로 했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도 소식을 접한 뒤 바로 사고 현장을 찾아 사태를 수습했다.

김 회장을 비롯한 한화 측의 발 빠른 움직임은 최근 재계 전반에 퍼지고 있는 ‘신속한 위기 대응’ 사례에 속한다. 지난달 23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산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지난달 18일 제주신라호텔 투숙객이 메르스 확진을 받자 곧장 호텔의 잠정 영업중단을 결정했다. 제주신라호텔은 호텔 전체에 대한 방역과 소독을 한 뒤 지난 1일 영업을 재개했다.

지난 4월 가스 누출사고로 3명의 사망자를 낸 SK하이닉스 역시 빠른 대처와 후속조치로 주목받았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비상 임원회의를 열어 종합안전대책 토론을 하고 CEO 직속 특별 안전 점검단을 신설했다.

재계에선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에서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 같은 변화가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당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기내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항공기를 회항시켰다. 이후 대한항공 측에서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땅콩 회항 사건 후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그 파장이 크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됐다”며 “기업들이 위기관리 방식을 새롭게 정비해 사고에 필요한 조치를 철저히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