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천동 CU서울대파인점을 찾은 소비자가 저녁 반찬거리를 고르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서울 봉천동 CU서울대파인점을 찾은 소비자가 저녁 반찬거리를 고르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11년 전 문을 열 때만 해도 종일 책만 읽을 정도로 장사가 안 됐지만 요새는 하루 평균 800명 이상의 손님이 듭니다. 매출이 꾸준히 늘어 이제 대기업 임원만큼은 버는 것 같습니다.”

지난 4일 오후 8시께 서울 봉천동에 있는 편의점 CU서울대파인점에서 만난 김솔 점주의 말이다. 그의 얘기처럼 점포는 도시락 즉석밥 같은 저녁거리와 맥주 등을 사가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메르스에도 매출 30% 늘어

['솔로 이코노미' 시대] 1인가구가 바꾼 유통지도…편의점 매출 20%↑ '나홀로 질주'
불황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유통업체의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편의점이 ‘나홀로 성장’하고 있다.

5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등 ‘빅3’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넘게 늘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실적이 뒷걸음질하거나 정체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소비시장에 대형 악재가 된 메르스도 편의점 성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메르스 공포가 덮친 지난 6월 편의점 3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0%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부터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 영향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편의점업체들의 설명이다.

편의점이 전성시대를 맞은 가장 큰 배경은 인구구조 변화다. 만혼과 독신 등의 영향으로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9%였던 1인가구 비중은 지난해 26%로 높아졌다. 1인가구 비중은 2025년 31.3%, 2035년 34.3% 등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1인가구 소비자를 가리키는 ‘싱글슈머(single+consumer)’의 소비방식은 가족 단위 소비패턴과는 다르다. 이들은 생활필수품을 구매할 때도 대형마트에 가기보다는 출퇴근시 집 근처 편의점을 활용하는 등 ‘근거리 쇼핑’을 선호한다. 편의점의 상품 구색이 대용량보다는 소용량·소포장 중심으로 갖춰진 것도 1인가구의 소비패턴에 잘 들어맞는다.

○편의점, PB상품이 일등공신

편의점업체들이 소비패턴 변화를 읽고,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늘린 것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세븐일레븐의 PB상품 판매 비중은 2011년 27%에서 올 상반기 35%를 넘어섰다. PB 먹거리 상품은 황태해장국밥 규동 맛김치 단무지 와인 등으로 다양해졌다.

특색 있는 제품으로 시장을 창출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편의점 GS25가 방송인 홍석천 씨와 손잡고 내놓은 홍라면은 1주일 만에 10만개가 동나며 편의점에서 제일 많이 팔린 라면에 오르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이 강릉 맛집과 제휴해 선보인 ‘교동짬뽕’도 라면 부문 판매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다.

PB상품들은 이익률이 일반 상품에 비해 3~4%포인트 높다. 송영민 BGF리테일 상품기획팀장은 “PB상품은 자체 유통망을 활용하는 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며 “수익성도 높은 효자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인가구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편의점이 온라인과 함께 유통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14조원대인 시장 규모가 5년 뒤엔 2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