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종합화학과 에틸렌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석유화학 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사빅의 합작법인이 공식 출범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고성능 폴리에틸렌 브랜드인 ‘넥슬렌’의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사빅과 파트너십을 맺기로 방침을 정하고 합작법인 설립을 처음 제안한 2011년 3월 이후 4년여 만이다. 합작법인은 글로벌 메이저 화학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프리미엄 고부가가치 시장 공략에 나서게 된다.
최태원의 '글로벌 동맹' 4년 만에 결실…SK, 세계 1위 에틸렌 업체와 합작사 설립
○SK, 사빅과 손잡고 합작법인 설립

SK종합화학은 사빅과 50 대 50 비율로 합작법인 SSNC(SABIC SK Nexlene Company Pte. Ltd.)를 지난 3일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SSNC의 자산 규모는 7100억원이다. SK종합화학은 지난달 한국넥슬렌유한회사(KNC)를 세우고 울산에 있는 넥슬렌 제조공장을 KNC에 현물출자했다. SK는 KNC를 SSNC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SSNC는 KNC가 울산에서 생산한 넥슬렌을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넥슬렌은 SK종합화학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2010년 100% 독자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의 브랜드 이름이다. 고부가 필름, 자동차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된다. 기존 범용 폴리에틸렌보다 내구성 투명성 등이 뛰어난 프리미엄 제품이다. SK이노베이션은 넥슬렌 특허권을 이번에 SNCC로 넘겼다.

SK종합화학이 손을 잡은 사빅은 사우디 정부가 지분 70%를 보유한 국영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 1075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SSNC 출범을 계기로 사빅의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해외 시장에서 넥슬렌 마케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50개국 이상에서 4만여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인 사빅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우 넥슬렌이 세계 시장에 조기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SNC는 상업생산에 들어간 울산의 넥슬렌 제1공장에 이어 앞으로 수년 내에 사우디에 제2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은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포트폴리오를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실 맺은 ‘글로벌 동맹’ 전략

SK이노베이션이 2010년 넥슬렌 개발에 성공한 직후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 경영진은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인 뒤 해외 시장을 확대한다는 단계별 성장전략을 짰다. 미국 다우케미칼과 엑슨모빌, 일본 미쓰이화학 등 3개사가 60% 넘는 점유율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이들의 벽을 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에 제동을 건 사람은 최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자원과 역량만으로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며 “전 세계 메이저 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공동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SK는 사빅을 파트너 1순위로 낙점했다. 최 회장은 2011년 3월 중동 출장 기간 중 무함마드 알마디 전 사빅 부회장을 만나 넥슬렌 기술을 직접 소개하며 협상의 물꼬를 텄다. 최 회장은 2013년 구속되기 전까지 10여차례 사빅 경영진을 만나 합작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이 뿌린 글로벌 동맹 씨앗은 최근 속속 열매를 맺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합작으로 중국 우한에 2013년 설립한 중한석화는 작년 1월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올 1분기에는 83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 50 대 50 비율로 총 9600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파라자일렌(PX) 등을 생산하는 아로마틱스 공장을 지난해 10월 준공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