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51%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은 지난 금요일 발표한 정기 임직원 인사를 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1만5000여 임직원 가운데 1500명가량을 승진시키거나 보직을 바꾸는 인사를 앞두고 한 달 전부터 밀려든 인사청탁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다. 청와대나 정치권에 ‘빽’이 없는 직원은 우리은행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된 지 오래다.

우리은행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아닌 은행법에 의해 설립된 시중은행이다. 하지만 2001년 3월 우리금융 설립 이후 정부가 대주주인 어정쩡한 지배구조가 유지되면서 이런 풍경이 되풀이되고 있다.

막오른 다섯번째 민영화 시도

우리은행 안팎에선 내부적인 조직 규율의 문제뿐만 아니라 15년 가까이 이어진 정부 통제로 인한 비효율과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적으로는 저금리로 인한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1%대 초반까지 축소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6월 말 기준 0.37배로 신한금융 0.69배, KB금융 0.52배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는 이달 중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10년 10월 이후 다섯 번째 시도다. 공적 자금 회수 목적과 함께 우리은행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은행이 산다는 공감대는 진작부터 형성됐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을 함께 고려한다는 3대 원칙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연세대 교수)조차도 “정부는 가급적 투입된 공적 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싶어 하는데, 그럴 경우 조기 민영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15년 전에 정한 민영화 3대 원칙 가운데 어디에 우선 순위를 둘지를 정하지 않으면 우리은행 민영화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반드시 민영화하겠다는 결단을 하지 않은 채 공적 자금 회수에만 집착한다면 조기 민영화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남은 공적 자금 4조6000여억원을 회수하려면 주당 1만4800원을 받아야 한다. 우리은행의 지난 3일 종가는 9730원에 불과하다. 우리은행 주가는 지난 1년간 1만2000원을 넘은 적도 없다.

非은행자본에 매각도 검토해야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으로는 예보가 보유한 지분을 4%가량씩 쪼개 8개 안팎의 주주에게 나눠 매각하는 과점주주 방식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조기 민영화를 이루면서 나중에 나머지 예보 지분 매각으로 공적 자금 회수를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밑 접촉을 통해 이미 4% 안팎의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투자자 여덟 곳 정도를 확보했다는 얘기도 있다. 국내 비은행 금융자본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즘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은행 혼자서는 경쟁력 유지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은행이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이유에서다. KB·신한·하나금융은 지주사를 중심으로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등을 결합한 복합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민영화 방침에 따라 증권, 자산운용, 보험 계열사를 매각해야 했다. 빠른 민영화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우리은행의 걱정이 괜한 하소연 같지는 않다.

김수언 금융부장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