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신시장 마스코트인 ‘서남이’가 시장 한복판 중앙광장에서 장 보러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대구=강창동 기자
서남신시장 마스코트인 ‘서남이’가 시장 한복판 중앙광장에서 장 보러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대구=강창동 기자
지난 2일 오후 대구 달서구 감삼동의 서남신시장. 주부 윤명희 씨(46)는 장 보기에 앞서 고객휴게실을 찾았다. 현금 자동입출금기(ATM)에서 10만원을 찾은 뒤 바로 옆의 무인쿠폰발행기에 다가섰다. 이날 판촉행사를 하는 점포들의 할인 내용을 보기 위해서다. 3만원 이상 사면 1000원 깎아주는 화장품가게 쿠폰을 출력하고는 포인트 적립기에서 50포인트를 적립했다. 화면에 ‘4900포인트’라고 떴다. 에코포인트는 5000점이 쌓이면 시장 어느 가게에서든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견학코스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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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남신시장은 2010년 이후 전국 상인들의 견학코스로 떠올랐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마케팅에 활용한 대표적인 골목시장으로 꼽힌다. ICT 마케팅 전략의 두 축은 ‘에코포인트’와 ‘무인쿠폰발행’ 시스템이다. 이 시장은 2010년 녹색시범시장에 선정되면서 에코포인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에코포인트는 일종의 마일리지 시스템이다. 하루 1회에 한해 50포인트씩 적립해 5000포인트가 쌓이면 5000원짜리 상품권을 준다. 현호종 상인회장은 “전통시장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해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에코포인트를 활용하는 회원 1000여명은 이 시장의 든든한 단골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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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를 바탕으로 2012년 도입한 것이 무인쿠폰발행 시스템이다. 고객휴게실에 설치한 쿠폰발행기에서 점포별 할인행사를 확인해 쿠폰을 출력, 해당 점포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젊은 소비자를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 회장은 “2012년 이후 여느 시장의 고객 수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으로 하루 8000여명의 방문객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ICT를 활용한 마케팅 덕분”이라며 “지역주민들이 집에서 우리 시장의 점포별 판촉행사를 미리 볼 수 있는 앱도 개발해 젊은 주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을 끌어들이는 ‘대박’ 가게들

단골손님을 대량으로 확보한 ‘핵점포’들은 시장을 살찌우는 원동력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남신시장도 대구의 명소로 꼽히는 여러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서남왕족발’이 대표적이다. 김주연 서남왕족발 대표는 “얼리지 않은 신선한 국내산 생족발만을 사용하는 게 맛의 핵심”이라며 “대구 전역에 20개가 넘는 체인점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서남반찬’도 대구 곳곳의 주부와 동네상권 소매상들이 구매하러 오는 명소다. 이 반찬점은 1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4개 직영점의 하루 총 매출이 1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잎새만두’는 2007년 ‘우수시장박람회’에서 대구지역 명품으로 선정되면서 입소문이 났다. 손으로 빚는 잎새모양 만두가 하루 2000~3000개씩 팔려 나간다.

상인회는 족발, 만두, 떡볶이, 튀김, 김밥, 순대 등 인기 있는 먹거리들을 인접 장소에 모아 음식 전문 거리를 조성하고 공동 배달 서비스를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현 회장은 “대형마트 안에 푸드코트가 있는 것처럼 골목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먹거리 점포들을 모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한다면 고객 유치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참여하는 디지털 라디오 곧 개국

상인회는 올 하반기부터 디지털 라디오방송국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지역 학교의 방송반 학생들과 지역주민, 상인회가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3억원의 예산을 확보, 구체적인 프로그램 마련에 나섰다. 방송을 통해 실시간 세일정보와 상품정보 등을 내보낼 계획이다. 남혜정 상인회 행정실장은 “대구시와 달서구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방송국 개국 작업을 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개국하면 기존 고객은 물론이고 공단 지역 다문화가정 구성원까지 참여시켜 새로운 고객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 실장은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상인과 고객이 함께하는 주말 벼룩장터를 여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상인회는 특화된 상품을 자체 브랜드(PB)로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 5㎞ 안에 있는 10여개 예식장과 제휴해 이바지음식을 제공하는 ‘행복패키지세트’를 PB상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1~2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 회장은 “PB상품 개발은 시장과 점포를 동시에 알릴 수 있는 방안”이라며 “소포장 용기에 족발, 떡볶이, 순대, 만두 등을 넣은 패키지 상품을 3000원 정도에 팔면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동기획

대구=강창동 유통전문기자/오경묵 기자 cdkang@hankyung.com